사물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안규철 개인전

2021-05-05 00:00
국제갤러리 부산점, ‘사물의 뒷모습’ 전시 개최

안규철 ‘단결, 권력, 자유‘ [사진=안천호·국제갤러리 제공]



“진실은 사물의 표면보다 보이지 않는 이면에 숨어있다.”

안규철 작가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사물 이면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13일부터 7월 4일까지 부산 수영구에 있는 부산점에서 한국 현대미술 작가 안규철의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이자 오랜 교직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작가로서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다. 오브제(물체)와 회화 등 작품 40여점을 전시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관습적인 미술 재료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사용하는 사물과 언어를 소재로 세상의 모순을 드러냈던 오브제 작품을 한층 완결성 있는 모습으로 주효하게 선보인다.

예를 들어 구두 세 켤레를 이어 붙인 ‘2/3 사회’(1991)가 원형을 그리며 서로 맞물리는 형태로 변형되면서 모든 것이 상호관계 속에 묶여있는 사회를 은유한다.

안규철 ‘2/3 사회 II‘ [사진=안천호·국제갤러리 제공]


‘단결해야 자유를 얻는다’는 의미를 전제하며 붙어 있는 세 벌의 외투 ‘단결 권력 자유’(1992)는 이번에 아홉 벌로 확장했다. 형성된 둥근 고리를 통해 자아와 타인, 우리와 그들,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 그리고 타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변화한다.

작업 초기 일상 사물의 규모에 머물던 오브제 작품의 규모는 지난 2004년 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이후 점차 건축적 규모로 확대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112개의 문이 있는 방’(2004)과 ‘침묵의 방’(2015) 등 전시 종료와 함께 해체되어 사진으로만 남아있던 해당 시기의 주요 작품을 축소된 모형으로 재현한다.

지난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회화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도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당시 작가는 200개의 캔버스에 그린 바다 그림을 광주 시내 곳곳에 배치한 후 전시 기간 내내 ‘그림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냈다. 이 때 작가에게 다시 돌아온 그림은 20 여 점 남짓이었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는 작품 대부분이 ‘실종’된 상태로 전시됐다.

당시 관객이 볼 수 없었던, 200개 화포(캔버스)의 원래 작품이 재제작되어 온전한 상태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69개의 역대 대통령 선거 벽보를 선거구호와 형상이 제거된 회화로 변형한 ‘약속의 색’(2020)을 공개한다. 

1955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안 작가는 1977년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1980년부터 1987년까지 ‘계간미술’ 기자로 활동하면서 1985년 ‘현실과 발언’에 참여했다.

1987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 후 1988년 독일로 이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해 1995년 동 대학 학부 및 연구과정을 졸업했다.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2015),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하이트컬렉션·2014), ‘49개의 방’(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2004)이 있으며, 2017년에는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당신만을 위한 말’을 열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달의 변주곡’(2014), 제9회 광주비엔날레 ‘라운드 테이블’(2012),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술-여백의 발견’(2007), 독일 프랑크푸르트 쿤스트페어라인에서 개최한 ‘Parallel Life’(2005)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