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투자에 주관이 있다면, 공매도에 두려움은 없다

2021-05-04 00:10

[사진=증권부 윤지은 기자]


"SKIET (상장) 첫날에도 공매도 때리기가 가능한가요? 가능하면 이제 공모주 천하는 지나갈 것 같은데···."

공매도 재개 첫날인 5월 3일, 한 증권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투자자들은 많이 두려운 것 같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공매도 영향은 크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증시는 우상향한다"는 전망을 아무리 쏟아내도 말이다. 

두려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본인이 투자한 기업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미래가치가 없어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는 바보는 없다. 하지만 미래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면서 투자하는 바보는 많다. SKIET의 미래가치를 뜯어보고 청약한 투자자가 몇이나 될까.

공매도 재개를 탓하기에 앞서 본인을 되돌아보길 권한다. 과연 나는 이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청약했는가. SKIET와 뭔가 비슷해보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가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시장 속어)'에 성공해서, SK바사로 돈 번 친구를 많이 봐서, 배가 아파서···. 혹시 그런 이유들은 아니었는지. 

우리는 청바지 한 장을 살 때도 물이 잘 빠질지, 지금보다 체중이 불어도 몸을 욱여넣을 수 있을지를 꼼꼼히 따져본다. 때로는 고민하다 돌아서기도 한다. 무언가의 '주인(主人)'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나 간단치 않은 일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으로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건, 그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고작 1주, 고작 10주를 갖고 있어도 주인은 주인이다. 원한다면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견을 내볼 수도 있다. 

'공매도 재개 영향? 혼조세 보이는 코스피', '공매도 공포 현실화...'요주의 주식' 대부분 내렸다' 같은 제목의 기사를 쓰면서도 사실 기자는 무표정이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일개 개미일 뿐이지만, 나름 주관을 갖고 투자해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나눌 동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점점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올라온 커뮤니티 글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외인들도 따상 먹어야 하니까 첫날부터 공매는 안 칠 겁니다. 다음날부터 들어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