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대 설립 붐]1800년 전 화타·장중경까지 소환

2021-05-04 06:00
명의 브랜드 내걸고 설립 추진
중의학 부흥 주요 국정 과제로
14·5계획, 2035 전략 등에 명시
지방 곳곳서 중의대 신설 발표
중복투자·비효율 지적 목소리도

중국을 대표하는 명의 화타(왼쪽)와 장중경. 최근 이들의 이름을 내건 중의대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바이두 ]


중국에서 중의대(中醫大) 설립 붐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중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데다, 올해부터 시작된 14차 5개년 계획(14·5계획)에도 관련 산업 부흥이 주요 목표로 명시된 까닭이다.

3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다수의 지방정부가 중의대 설립 추진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안후이성 보저우는 교육 당국에 화타(華佗)중의대 설립 심사를 요청했다.

보저우 측은 "상하이중의대와 합작해 인재와 자원을 적극 유치할 것"이라며 "화타중의대 설립을 꼭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허난성 난양도 장중경(張仲景)국의대 재건을 천명했다. 지난 1985년 설립된 장중경국의대는 1993년 예산 등 문제로 난양이공대로 편입돼 운영돼 왔다.

후한 시대에 활약한 화타와 장중경은 중국을 대표하는 명의다. 보저우와 난양은 각각 화타와 장중경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에서 역사적 인물을 학교 명칭으로 삼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중의대 혹은 중의학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두옌안(杜延安) 보저우 시장은 "시 역량을 결집해 화타의 고향인 보저우를 세계적인 중의학의 고장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미 약재 교역과 건강 음료 생산 등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의대 설립 붐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화두는 아니다.

지난달 장쑤성 쑤저우는 중국 중의과학원과 학부 과정의 분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의과학원은 설립 65주년을 맞아 쑤저우와 산둥성 지난 등 두 곳에 분교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른 지방정부도 14·5계획의 일환으로 중의대 설립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충칭과 닝샤회족자치구, 허베이성 스자좡 등이 14·5계획이 종료되는 2025년 전까지 중의대 설립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공산당과 중앙정부 차원에서 중의학 부흥을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2019년 10월 당 중앙 명의로 '중의약(中醫藥) 계승·혁신·발전에 관한 의견'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확정된 14·5계획과 2035년 장기 발전 전략에도 중의학 사업 발전을 명시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의와 서의를 다 같이 중시하며 중의약 진흥 발전 중대 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지방정부의 의욕적인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복 투자와 자원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타중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 안후이성에는 안후이중의대, 장중경국의대 복원을 노리는 허난성에는 허난중의대가 있다.

가뜩이나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에 중의대를 중복 운영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서북부 오지라는 인식이 강한 닝샤회족자치구 등에도 비슷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지방 중의대 출신의 한 중의사는 "굳이 명의 화타라는 브랜드를 활용하고 싶다면 안후이중의대를 화타중의대로 개명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아직 중의대 승격도 못 이룬 허베이중의학원 등 기존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