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코로나 회복까지 최소 2년…백신 맞는게 더 안전"

2021-04-25 17:03
한국 방역 체계 좋았지만…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경제적 손실 기간 확대되면서 사회 전반 피로 누적
백신이 감염 예방을 담보하진 않지만 심각한 결과 막을 수 있어

제롬 김(Jerome H. Kim)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사무총장. [사진=IVI]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정상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2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 결국 백신 접종이 관건이다."

제롬 김(Jerome H. Kim)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사무총장은 25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백신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어느덧 1년을 넘으면서,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를 위한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며 물량을 점차 축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백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 韓, 치밀한 방역 관리는 좋았지만··· 백신 확보 속도 높이지 못한 점은 아쉬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전염병을 통제한 성공 사례국들 중 하나로 꼽힌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테스트, 추적, 격리, 치료와 같은 비약학적 개입을 통해 전염병을 훌륭하게 제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좋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국적 폐쇄 조치 등을 지양하고도 감염을 효율적으로 통제했고, 외국인들의 국내 출입을 허용했다. 또 적극적인 추적·치료 시스템을 갖춘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롬 김 사무총장은 "백신 접종 준비는 순조로웠지만, 백신 확보가 아쉬웠다"며 우리 정부가 백신 확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던 점을 꼬집었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것은 좋았지만, 백신 수급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는 "한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대체로 국산 백신 출시가 늦어지고, 검증된 외국산 백신 도입 속도마저 상대적으로 떨어져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방역 문제와 관련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과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기간이 확대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피로 및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백신 수급 문제에 직면해 있는 지금,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는 나라가 미국과 영국인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미국과 영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백신 개발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신뢰도 확보한 백신 접종이 면역 목표 달성의 핵심

최근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신뢰도를 확보한 백신 접종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롬 김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그는 백신이 반드시 감염 예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한국의 경우 비교적 코로나가 잘 통제되다 보니 미국 등 방역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들과 같이 백신 개발에 도박을 걸기는 무리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며 "이는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은 코로나19를 무서운 호랑이에서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인 고양이 같은 존재로 만들 수 있다"며 "보통 감염자의 14%가 입원하고 1~2%는 사망하지만, 접종을 한 사람은 감염이 되더라도 치명적인 상황에 놓이는 것은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신뢰도를 확보한 약 10개의 백신이 모두 5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인 것은 물론, 심각한 질병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이는 단기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계측치"라며 "정부가 이 같은 백신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국가·도시에 적용하면, 데이터의 가치도 높아진다. 충분히 전염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높은 수준의 예방 접종이 입원을 크게 줄이고 있다는 증거도 점점 더 나오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접종하되, 마스크 사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백신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긴 하지만, 백신 못지않게 치료제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백신이 더 중요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염 이후 결과를 개선하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차원에서 반드시 효능 있는 치료제를 개발·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 시대에 백신은 심각한 질병과 사람들을 보호하는 키포인트"라며 "한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집단 면역 달성을 위해서도 백신을 회피하기보다는 맞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