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운임·환율 '삼중고'…중국 수출업체 쌓인 재고에 한숨만

2021-04-23 15:40
"원자재 확보하려면 선불금 내야" 늦어지는 납품에 자금난↑
"위안화 고공행진···달러당 6.4위안대" 수출경쟁력 하락
"해운·항공·열차 운송력 '극'에 달해" 高운임에 신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값 상승에 올 들어 원자재 비용만 50% 가까이 올랐다. 어렵게 딴 계약인데, 손해를 무릅쓰고 팔 수는 없다. 바이어와 납품가 인상을 논의하는 데 쉽지가 않다. 현재 재고만 30% 넘게 늘었다. 그야말로 '반정체(半停滞)' 상황이다."

중국 저장성 보일러 제조업체 화자(華佳)그룹의 차이샤오화 총경리가 최근 중국 현지 제일재경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쏟아낸 심경이다.  
 
◆ "원자재 확보하려면 선불금 내야" 늦어지는 납품에 자금난↑

중국은 올 1분기 경기 회복세 속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운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수출업체들은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운임비 고공행진에 위안화 강세까지 이어지면서다. 수출 경쟁력은 저하되고 있지만 납품단가 올리는 게 쉽지 않아 재고만 쌓여가며 경영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 철강, 구리,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고삐 풀린 듯 치솟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가격은 지난해 3월 톤(t)당 5000달러에서 현재 9000달러까지 갑절이 올랐다.

철근 가격도 마찬가지다. 보도에 따르면 철근 선물가격은 올 1분기 t당 평균 4532위안이었다. 2020년 평균보다 25% 오른 것으로, 2009년 이후 최고가다. 상하이거래소 철광석 선물가격도 t당 평균 1062위안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약 40% 급등했다. 

쑤저우 전동바이크업체 멍스즈넝(猛獅智能)도 원자재 값 급등에 어렵긴 마찬가지다. 쩡셴성 멍스즈넝 총경리는 "원자재 가격이 미친듯 뛰고 있다"며 "전동바이크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합금, 반도체, 희토류 가격이 모두 급등한 데다가, 물량 확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쩡 총경리는 "현재 6월 이후까지 주문은 꽉 차있지만, 문제는 원자재 확보가 어려워 제품 인도가 원래보다 두달씩 늦어지니,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같았으면 원자재를 구입하면 대금 정산에 두달 정도 시간을 줬는데, 지금은 미리 계약금을 선불로 지불하지 않으면 원자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위안화 고공행진···달러당 6.4위안대" 수출경쟁력 하락

[자료=인민은행]


위안화 강세와 높은 운임가도 수출업체로선 부담이 크다.

23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달러당 위안화 고시환율은 6.4934위안을 기록했다. 이달에만 위안화 가격은 달러 대비 1.2%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안화가 강세행진을 이어오며 달러 대비 위안화 가격은 거의 10% 가까이 올랐다. 왕타오 UBS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까지 위안화가 달러당 6.4위안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강세에 중국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창강삼각주 한 의류수출업체 사장인 리씨는 "위안화 강세가 가져오는 압박감이 원자재값 급등보다 적지 않다"며 "이대로라면 수출업자들은 관둘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해운·항공·열차 운송력 '극'에 달해" 高운임에 신음

코로나19가 촉발한 해운운임 상승세도 수출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물론 지난해말 컨테이너 대란을 겪었던 것과 비교해 물류상황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운송력은 부족하고 운임가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 국제물류서비스 플랫폼 윈치나(運去哪) 저우스하오 CEO는 "해상운송, 항공운송, 중국-유럽 화물열차든 상관없이 이미 모두 운송력이 극한에 달한 상황"이라며 "5월 운송계약은 이미 완료됐고, 이미 6월 운송계약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중고 속 중국 수출업체들이 납품가를 올리거나, 제품 납품을 무기한 늦추다보니 계약이 깨져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질 리스크가 커졌다. 자금사정만 악화되는 악순환 속 중소 수출업체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 중소 수출업체의 문제만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도 비용 상승 부담을 겪긴 마찬가지다. 미국 프록터앤갬블(P&G)나 코카콜라도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 상승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