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훈풍에 생존 걱정 중형 조선사도 재도약 기회 잡았다

2021-04-24 05:05

그동안 일감 부족으로 생존 위기에 놓였던 중형 조선사들이 올해 1분기 시장 훈풍에 덩달아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중형 조선사가 최근 업황을 계기로 재도약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중형 조선사가 올해 들어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대선조선은 지난 2월 모로코 선사로부터 정유제품운반선 1척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6000만 달러 규모의 6800톤(t)급 스테인리스 화학제품운반선 3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

STX조선해양도 지난달 홍콩 선사와 5만t급 중형 유조선 계약을 성사한데 이어 일본 선사와도 6600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3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STX조선해양은 수주 잔량이 8척으로 늘어나며 내년 상반기까지 건조 물량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대한조선도 지난달 그리스 선사 두 곳으로부터 아프라막스(Aframax)급 석유제품운반선 1척과 원유운반선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포함해 올해 1분기에만 총 8척을 수주했다.

한진중공업은 2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6000t급 규모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을 1677억원에 수주했다. 해당 선박은 해저 에너지자원과 해양 단층 조사를 위한 해저물리탐사와 해양 탄성파 탐사를 수행하는 특수목적선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경기가 극도로 위축됐던 반동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박 발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훈풍에 대형 조선사들이 너무 많은 일감이 몰린 덕에 중형 조선사도 수주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 환경 규제 영향으로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늘어나면서 기술력이 높은 국내 조선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호황이 원인으로 꼽힌다. 2025년까지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08년 대비 최소 30% 이상 절감하는 친환경 규제가 도입되면서 선박 발주량이 늘어난 가운데, 기술력이 높은 국내 조선사에 수주가 몰린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시장 훈풍에도 중형 조선사들의 실적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중형 조선사는 경쟁자인 국내 대형 조선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LNG운반선이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입증하지 못했다.

때문에 중형 조선사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벌크선 등의 선박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실정이다. 요즘같이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선박 발주가 줄어들 경우 다시 일감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중형 조선사도 일감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다만 앞으로 친환경·스마트 선박에 얼마만큼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다시 불황기에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조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