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빠진 이재용, 또 법정행...사면론 속 재판 향배 주목

2021-04-22 21:38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첫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은 흰색 셔츠, 검은색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했다. 최근 충수염 수술로 8㎏이 빠져 확실히 수척한 모습이었다는 게 참관인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말에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일 외에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문 채 차분하게 재판에 임했다. 국민참여 재판을 원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도 “아닙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본격적인 재판 진행에 앞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수술로 인해 한 차례 공판을 연기해준 데 대해 재판부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변호인은 "이재용 피고인을 대신해 말하겠다"며 "피고인의 상황을 참작해 재판부가 기일을 연기해줬고 그 덕분에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향후 재판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전에는 원고인 검찰 측의 공소제기 취지 설명이 주를 이뤘다. 검찰 측은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관련 △외감법 위반 관련의 3개 주제로 이 부회장 공소의 정당성을 2시간여 설명했다. 오후 2시부터 재개된 오후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변론, 이후 재판에 나올 증인들을 정하는 데 3시간여를 할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최소 비용으로 승계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불법 개편하고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합법적 경영활동이라며 검찰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번 재판도 앞서 국정농단 사건 못지않게 장기간 소요될 전망이라, 삼성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과 ‘반도체-백신 스와프’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이를 위해서 국제경제에 영향력이 큰 이 부회장을 '백신 특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면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손경식 경총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사면을 공식 건의했고, 조계종 등 종교단체와 평택시 등 지자체장들의 사면 요구도 거세다. 다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사면론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정권 말 레임덕과 코로나19에 피로감이 큰 국민들의 반발 여론을 잠재울 해결사는 백신뿐이란 점에서, 이번 재판 향배와 별개로 대통령이 꺼낼 ‘사면 카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