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론] 초유의 패권 경쟁·국가경제 악영향...힘 받는 찬성론
2021-04-20 04:20
미국 이어 우리 정부도 투자 요구...삼성전자 '구원투수 리더십' 필요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경제계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사면 찬성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동석한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실상 정부에 사면을 공식 건의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도 지난 15일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오 군수는 벌써 두 차례나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지방 투자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잇따라 ‘이재용 사면론’이 제기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 영향이 크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 글로벌 기업 CEO들을 초청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들어 보이며 공격적 투자를 주문했다. 이에 팻 겔싱어 인텔 CEO는 “6~9개월 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즉각 화답했다. 대만 TSMC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히는 등 백악관의 요구에 답했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재용 사면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통상 특정인 사면론은 광복절이나 석가탄신일, 성탄절 등을 앞두고 제기되는데, 이번의 경우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부쩍 경제계와의 소통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깜짝 사면’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2월 31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인 특별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선고 4개월 만에 이뤄진 파격적인 사면의 명분은 IOC 위원인 김 회장의 동계올림픽 유치 역할론이었다. 최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점은 사면론에 있어 난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충수염 수술로 한 차례 미뤄졌던 ‘삼성물산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 첫 공판기일인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