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예금 금리, 저축은행마저 0%대 정기예금
2021-04-16 17:58
시중은행 예금 상품 금리가 급감하는 추세에도 1% 금리를 지켜왔던 저축은행 마저 0%대 금리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80개에 달하는 저축은행 예금 상품 가운데 6개월 미만의 일부 정기예금 상품 중에서 0%대 금리가 나왔습니다.
A저축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정기예금 상품인 ‘OK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1.5%에서 1.4%로 0.1%포인트 낮췄습니다. 여기에 만기 3개월 미만 기본금리를 1.0%에서 0.8%로 인하했습니다.
B저축은행도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를 1.1%에서 0.9%로 줄였습니다. 이제 3~6개월로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 상품은 저축은행에서 0%대 금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예금 삼품의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저축은행의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큽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대출 수요가 늘면서 고금리 예금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이 작용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저축은행 문을 두드렸습니다.
금융당국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 대출에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 돈줄을 상황이 달라집니다. 대출 증가 폭보다 예·적금 증가 폭이 더 빨라지게 된 것입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수신액이 80조원을 넘어가는 등 돈이 몰리자 역마진을 우려한 저축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금리 조절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금만 늘렸다가 대출하지 못하고 쌓아두면 역마진이 발생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입니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올해 정부의 대출 규제로 당분간 예금 금리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일반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높지만 예대율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금리를 높인 예금 상품을 선보이기는 힘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은행의 대출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이들이 저축은행 대출로 대거 몰리면서 예대율을 맞추기 위한 고금리 예금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됐다”면서 “하지만 예금이 몰려도 대출이 따라서 늘지 않으면 금리를 높은 예금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