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숨죽인 北...美대북전단 청문회 변수될까

2021-04-15 20:18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개최...北비난담화 등 대응 예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는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무력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세부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숨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연일 경고하고 있는 등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했다. 특히 15일 오후 11시로 예정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관련 미국 청문회가 변수로 꼽힌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남북·미 간 평화 무드가 조성됐던 2018~2019년을 제외하곤 매년 태양절 전후로 무력 도발을 시도했다. 지난해 태양절 하루 전인 4월 14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2017년에도 태양절 전후로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는 바이든 정부 첫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어 섣부른 도발을 시도하지 않고 미국 측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이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용 바지선이 보안수조로 복귀했다고 전하면서 "발사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38노스는 최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일대 정황을 전하면서 바지선 이동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바지선이 부유식 드라이 독(dry dock)에 접안, 이후 근처에 미사일 발사통(캐니스터)이 옮겨진 위성사진을 공개해 발사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대신 북한은 코로나 봉쇄와 경제난으로 침체한 사회 전반 분위기를 김 주석의 생일을 계기로 결속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태양절을 경축하여 15일 저녁 평양에서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 발사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했던 행사를 올해 예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있다.

다만 이날 예정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청문회가 변수다. 미국 대북 정책 발표 시기가 임박했고, 오는 16일 미일 정상회담 등이 예정된 만큼 고강도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난 담화를 통해 긴장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문회의 주제는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청문회 예고글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취한 일부 조치로 인해 표현의 자유 등 특정한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제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내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하는 고든 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의 심각한 인권 문제 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번 청문회의 중요성"이라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국 대통령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임 당시 민주주의의 진전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일반적인 민주주의 개념이 아닌 북한이 정의하는 민주주의 방향으로 한국을 끌고 가고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뒤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단계적 핵폐기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결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제기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요구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조만간 발표할 새 대북전략에 정부의 이런 구상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