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유지 '알박기'에 개발사업 삐그덕

2021-04-15 10:58
개발사업 부지·인근 땅값 치솟으며 개발사업 장기 표류
민간개발사업자·지자체 등과 국유지 두고 갈등
"지역발전 예상 부지에 대해서는 유연한 결단력 내려야"

국공유지 매각 불허에 따른 마찰 사례 현황


정부가 국유지의 매각 불허방침을 고수하면서 전국 개발사업이 좌초되고 있다. 지자체나 민간사업자가 지역개발을 위해 사업부지 안에 있는 기획재정부 소유의 국유지를 토지분할 또는 전체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기재부가 이를 번번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부 들어 기재부는 ‘정부 차원의 국유지 확보’를 구실 삼아 국유재산 매각을 위한 협의를 지속 불발시키고 있다. 기재부의 업무 위임 기관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역시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부지 매입이 미뤄지는 사이 개발사업 부지의 공시지가와 감정평가 금액은 물론이고 인접 토지의 땅값마저 대폭 치솟으면서 개발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위기에 놓인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소유 중인 국유지는 개발 사업 부지의 요지에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국유지를 매각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며 “이러한 국유지들이 개발사업 부지 내에 속칭 ‘알박기’ 형태를 취하고 있는 탓에 전국 다수 개발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에는 부산의 한 민간 사업자가 장례식장 부지를 두고 캠코와 수차례 매각 협의를 진행했으나, 캠코가 매각 의사를 번복한 탓에 개발사업이 지연됐다.

기재부는 민간사업자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1958 일원의 약 2만5000㎡에 달하는 대지에 대해서도 기재부가 토지 매각을 불허하면서, 안산시와 수년째 마찰을 빚고 있다. 안산시는 2017년 대부도 지역 관광 활성화를 통해 이곳 부지에 대한 활용 계획을 세웠으나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수원시도 권선구 당수동에 농업복합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재부로부터 토지 매수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정부의 알박기 행태는 기재부만의 일이 아니다. 전주시는 덕진구 송천동 에코시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에코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옛 기무대 부지로 인해 국방부와 갈등이 있었다.

기무대 부지 관할기관인 국방부는 전주시에 부지 매입을 요청했지만 열악한 전주시 재정으로는 부지매입비 250억원, 부지개발비 250억원 등 500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유재산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유재산의 매각을 불허하는 식으로 버티다가 향후 토지가격을 높여 매각하는 것이야말로 땅장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지역개발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부지에 대한 매각 대금의 적기 회수가 어려워 지자체와 민간사업자의 재무적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역발전이 예상되는 부지에 한해서는 유연한 결단력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