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vs건보공단, 600억대 법적소송 2라운드 본격화

2021-04-12 05:00

[사진=각사 제공]

흡연으로 인해 폐암 등의 질병이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미국 등 일부 외국에서 흡연으로 인해 숨지거나 암이 발생한 시민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청구해 승소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성사될 수 있을까. 결론은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하다”이다.

11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등 법정공방 2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다.

2심이 진행되면 피해 산정 인원을 1심보다 더 늘리고, 1심 때 포함하지 않았던 JTI코리아 등을 추가할 경우 소송가액은 6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항소심을 통해 1심 판결의 오류 및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담배업계에 보험 진료비 부담을 요구할 계획이다. 법무법인도 ‘대륙아주’를 선임하고 보다 주도면밀하고 심도 있는 변론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보험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청구액은 흡연과 인과성이 큰 3개 암(폐암·후두암 등) 환자 가운데 20년간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고, 기간이 30년을 넘는 3456명에 대해 건보공단이 2003~2013년 진료비로 부담한 비용이다.

1심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인 지난해 11월 건보공단이 흡연자들의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본래 의무이고, “담배와 질병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담배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건보공단과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은 1심 재판부가 “과거 대법원이 흡연 피해자들을 상대로 내린 판례를 그대로 따랐다”며 “담배회사에 또 한 번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공단은 담배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은 물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그간 공개 발언을 통해 “담배에 대한 사회 인식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사법제도를 통해 인정되기 힘들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담배 소송은 담배로 인해 건강과 생명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구제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소송 완주 의사를 밝혀왔다.

담배로 인한 국민건강권 폐해의 주범으로 몰린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3개 업체는 건보공단 항소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1심에서 재판부가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 합당하며, 법무법인을 통해 건보공단의 요구가 무리한 것임을 항소심에서 재차 강조할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치료비를 부담한 3456명의 1심 소송 청구 피해 대상자 중에서 KT&G가 가장 많은 3000명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외에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순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에서 건보공단은 JTI코리아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아예 치료비 부담 업체로 선정하지도 않았다.

현재 빅3 담배업계는 KT&G가 법무법인 세종, 한국필립모리스 김앤장, BAT코리아 화우 등으로 별도 소송을 대응하고 있다. 소송과 관련한 대응 역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법무법인에서 하고 있다.

소송에 대응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1심 판결을 보면 해외 일부 사례를 보고 건보공단이 무리를 두면서 급하게 재판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 주체 역시 개개인의 피해자들이 청구하지 않고, 엉뚱한 건보공단이 대리소송을 하는 형식이어서 현재의 논리로는 2심 역시 재판부를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