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금융자산, 판도 변화 뚜렷…‘예금’에서 ‘증시’로 대이동

2021-04-08 12: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국내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체 가계 자산 중 주식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이 비중이 20%를 넘어선 건 2017년(20.4%) 이후 3년 만이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가계 부문(개인사업자·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9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92조 2000억원)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었단 건 개인이 주식, 펀드 투자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액)이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액)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다.

여기엔 ‘코로나19’ 이후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으로 가계 이전소득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작년 가계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425만7000원으로 전년(408만2000원)보다 17만5000원(4.3%) 증가했다. 반면, 민간최종소비지출은 931조7000억원에서 894조1000억원으로 37조6000억원 줄었다.

다수의 투자자들은 주식 등에 돈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365조6000억원으로 1년 전(181조4000억원)보다 184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주식과 펀드 등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가 56조6000억원으로 불어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해외주식 투자 규모를 더하면 주식운용 규모는 76조원까지 확대된다.

저금리 속 ‘빚투(빚 내서 투자)’ 현상도 지속됐다. 작년 자금조달액은 173조5000억원으로 1년 전(89조2000억원)보다 84조3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도 최대치다. 한은 관계자는 "(빚을 내 확보한 자금이) 주택 관련 자금과 주식 투자자금, 생계자금 수요 등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주식 및 투자펀드의 비중은 21.8%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 관련 비중만 무려 19.4%에 이른다. 이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까지만 해도 20% 중반대를 유지했으나 그 후 18%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 작년을 기점으로 감소분 중 상당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정부의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다. 전년 대비 자금운용(77조8000억원→114조4000억원)보다 자금조달(48조3000억원→141조5000억원)이 더 크게 늘면서 순자금조달(조달-운용)로 전환했다. 순자금조달 규모는 27조1000억원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로 정부 부문 지출이 많았다“며 ”지출을 하려면 결국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경우, 순조달 규모가 61조1000억원에서 88조3000억원까지 커졌다.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은 개선됐으나, 단기 운전자금(기업 생산 활동에 필요한 재료비, 인건비 등) 및 장기 시설자금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기업들은 주로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단기 대출은 37조3000억원, 장기 대출은 122조5000억원 각각 늘었다. 둘 다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