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SPAC 열풍 합류에도 투자자 시선은 미국으로…왜?

2021-04-06 00:00
"주주 보호에 초점 맞춘 아시아…우회상장 매력 줄어"

아시아 증권거래소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열풍에 동참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 [사진=닛케이아시아아 홈페이지 캡처]


5일 닛케이아시아(이하 닛케이)는 아시아 증권거래소들이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스팩 열풍 합류에 나서고 있지만, 더딘 속도에 지친 투자자들이 아시아 대신 미국 시장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투자자들은 싱가포르의 차량공유업체 그랩(Grab)과 경쟁사인 인도네시아 고젝(Gojek),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토코피디아(Tokopedia) 등 아시아 스타트업을 잠재적인 스팩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증권거래소들은 아시아 스타트업에 쏠린 투자자 유치를 위해 스팩 관련 규제 정비에 나섰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지난주 거래소 산하 규제 당국(RegCo)에 스팩에 대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 피드백을 요청했고, 규제 당국은 시가총액 최소 3억 싱가포르달러(약 2억2286만 달러, 2515억500만원)와 합병 기한 3년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소 측은 규제 당국이 제시한 기준 검토를 거쳐 올해 하반기 스팩 제도 완성을 계획하고 있다.

홍콩과 일본도 스팩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는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거래소가 향후 몇 달 안에 독자적인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지난달 스팩 허용 검토를 지시했다.

 

올해 첫 10주간까지의 글로벌 스팩(SPAC) 기업공개(IPO) 규모 추이(위). 지난 3월 30일까지 미국과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스팩 IPO 건수 비교(아래). [사진=닛케이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시아 거래소가 스팩 열풍 동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아시아 거래소의 복잡한 상장 요구 상황과 오랜 심사과정, 우회상장에 대한 감시 등이 장애물로 거론된다는 이유에서다.

모리슨앤드포스터의 마르시아 엘리스 파트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미국과 달리 주주 보호에 초점을 맞춰 스팩 후보들이 상장에 적합한지를 두고 질적 검토를 한다”면서 “(주주) 보호 정책이 너무 많이 마련되면 스팩의 장점인 우회상장 매력이 줄어들고, 이는 투자자와 스팩 후보들의 관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 법률회사인 호건로벨스(Hogan Lovells)의 중국 사모펀드 책임자인 스테파니 탕은 “아시아에서 상품을 이해하고, 규제 당국이 스팩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를 개선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거래소의 관련 제도 마련 속도가 더딘 것도 지적 대상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각국 정부의 재정부양책으로 시장에) 현금이 넘쳐나면서 아시아 투자자들은 싱가포르와 홍콩을 기다리지 않고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에 (미국) 나스닥이 막대한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첫 10주간 전 세계 스팩 기업공개(IPO) 규모는 76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규모보다 고작 25억 달러 작은 규모로, 이 중 대부분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지난 1월과 3월 나스닥에 3개의 스팩 상장을 통해 11억5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싱가포르의 비스타 미디어 캐피털의 스팩인 비스타스미디어어퀴지션컴퍼니(VMAC)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앙가미(Anghami) 합병으로 나스닥 시장에서 2억2000만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