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 “규제 사각지대 ‘상호금융’…감독권 일원화 필요”
2021-04-06 07:10
이상복 서강대 로스클 교수의 '한국 자본시장법'
농협은 농식품부·새마을금고는 행안부…'금융' 모르는 주무관청
신탁산업이 금융투자업?…끼워맞춘 자본시장법, 성장 가로막아
美 증권거래위 본뜬 증선위, 별도 사무처 없어…독립기구 재편을
농협은 농식품부·새마을금고는 행안부…'금융' 모르는 주무관청
신탁산업이 금융투자업?…끼워맞춘 자본시장법, 성장 가로막아
美 증권거래위 본뜬 증선위, 별도 사무처 없어…독립기구 재편을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주경제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LH 일부 직원의 비(非)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땅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불법 토지대출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서강대학교 법학부 학장 및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역임하고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 심의위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등을 지낸 금융전문가다.
최근 <자본시장법> 저서를 낸 이 교수는 신탁업을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국내 신탁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주된 요소라 지적하며 신탁업법 재편 필요성도 역설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자본시장 규모가 커진 점을 고려해 금융감독 체계 개편 시 별도 사무처를 둔 독립된 기구로 확대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기 대출 근절 위해 상호금융 검사기관 통일해야”
올 상반기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LH 발 신도시 투기 사태’다. 현재 LH의 일부 직원들은 지난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지역에 100억원대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집중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와 관련한 대출 대부분이 지역 농협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호금융이 투기꾼들의 대출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은 조합원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등 조합원들의 자금 융통을 돕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상호금융은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대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어 주택 또는 토지에 투자하려는 투기꾼들의 대출 우회로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가 상호금융에 대한 감독권이 일원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현재 신협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농협과 축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며 수협은 해양수산부 관할,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맡고 있다. 주무부처가 제각각이고 개별법으로 통제받다 보니 지역 조합 및 금고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신용협동조합, 축산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주무관청은 모두 다르며, 이들은 금융을 모른다”며 “금융 관련 감독 검사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새로워지는 금융환경을 쫓아가기 버거운데 나머지 기관들이 감독 및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이 교수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서는 행태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이라며 “사고가 터지고 나서 규제 강화에 나선다면 그 피해는 회복되기 어렵다. 규제라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나라의 금융 수준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감독권 일원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000조원 시대’를 맞은 신탁 시장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신탁은 재산을 금융사에 맡겨 보관 및 관리·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돈을 맡기는 것은 금전신탁, 부동산과 같이 돈 이외의 재산을 맡기는 것은 재산신탁이라 불린다. 국내 신탁시장은 2017년 말 775조원에서 2018년 말 873조원, 2019년 말 969조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사상 첫 10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신탁업을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국내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주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투자업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자본시장법으로 신탁업자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신탁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재산신탁은 금융투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성격이 다른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에 넣다 보니 우리나라 신탁 산업이 마치 금융투자업의 일부인 양 인식하고 있다”며 “신탁업법은 법 체계상 자본시장법에 들어갈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들어있는 신탁업 관련 조문들을 다 떼어내 신탁업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신탁을 저금리·고령화 시대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속·증여에 따른 법률 및 조세문제 대응수단으로 신탁이 발달했으며, 수탁재산에 제한이 없는 등 신탁 관련 법규제 환경이 우호적이다.
일본 역시 고령화 대응 금융수단 확보를 목표로 신탁업, 신탁업법을 전면 개편했으며 겸영법, 금융상품거래법 등 신탁관련 법규도 일찌감치 세분화해 놓은 상태다. 또한 일본은 저금리·고령화 대응 신탁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로 관련 신탁상품 활성화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본인의 저서인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은 신탁 본래의 기능인 재산관리 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겸영 업무로 영위하다 보니 신탁의 본래 기능인 재산관리기능보다는 금융상품 중의 하나로 취급됐다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자본시장법이 규율하는 증권의 경우 투자기능 및 자금조달 기능이 있지만 신탁은 자금조달의 기능이 없다”며 “신탁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는 신탁업을 별도로 제정해야 하며, 신탁업이 재편돼야 일반 국민들이 신탁을 활용해 후견신탁, 유언신탁 등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부터 6년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 교수는 증선위의 독립 필요성도 꼬집었다.
증선위는 증권·선물시장(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와 금융위가 수행하는 주요 사항을 사전에 심의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본보기로 해서 설치됐지만 증선위가 가진 권한은 SEC의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미국 SEC의 경우 수사권, 기소권에 준하는 권한이 있지만, 한국 증선위는 고발 권한만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내 증선위는 법률상 독립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별도 사무처가 없다. 위원장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겸임하고 있으며 규모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5명뿐이다.
이 교수는 “증선위 전속 권한은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사건 등인데 최근 들어 관련 법 위반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외감법 위반을 감시해야 할 법인이 너무 많다. 현재 상장법인 2500여개, 비상장법인 2만7000~2만8000개 수준으로 들여다봐야 할 사건이 너무나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자본시장 규모가 지속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의 증선위 체계를 참조해 감독체계 개편 논의 시 증선위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 합격
△2000년 고려대학교 법학석사
△200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전문법학연구과정(금융거래법과정) 수료
△2002~2003년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 방문학자
△2004년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2006~2010년 금융위원회 자체평가위원
△2009~2010년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
△2011~2014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비상임위원
△2013~2015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2015~2018년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
△2015년~현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은 조합원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등 조합원들의 자금 융통을 돕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상호금융은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대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어 주택 또는 토지에 투자하려는 투기꾼들의 대출 우회로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가 상호금융에 대한 감독권이 일원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현재 신협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농협과 축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며 수협은 해양수산부 관할,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맡고 있다. 주무부처가 제각각이고 개별법으로 통제받다 보니 지역 조합 및 금고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신용협동조합, 축산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주무관청은 모두 다르며, 이들은 금융을 모른다”며 “금융 관련 감독 검사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새로워지는 금융환경을 쫓아가기 버거운데 나머지 기관들이 감독 및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이 교수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서는 행태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이라며 “사고가 터지고 나서 규제 강화에 나선다면 그 피해는 회복되기 어렵다. 규제라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나라의 금융 수준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감독권 일원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000조 시대 맞은 신탁시장, ‘신탁업법’ 재편 필요
이 교수는 ‘1000조원 시대’를 맞은 신탁 시장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신탁은 재산을 금융사에 맡겨 보관 및 관리·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돈을 맡기는 것은 금전신탁, 부동산과 같이 돈 이외의 재산을 맡기는 것은 재산신탁이라 불린다. 국내 신탁시장은 2017년 말 775조원에서 2018년 말 873조원, 2019년 말 969조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사상 첫 10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신탁업을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국내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주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투자업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자본시장법으로 신탁업자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신탁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재산신탁은 금융투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성격이 다른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에 넣다 보니 우리나라 신탁 산업이 마치 금융투자업의 일부인 양 인식하고 있다”며 “신탁업법은 법 체계상 자본시장법에 들어갈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들어있는 신탁업 관련 조문들을 다 떼어내 신탁업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신탁을 저금리·고령화 시대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속·증여에 따른 법률 및 조세문제 대응수단으로 신탁이 발달했으며, 수탁재산에 제한이 없는 등 신탁 관련 법규제 환경이 우호적이다.
일본 역시 고령화 대응 금융수단 확보를 목표로 신탁업, 신탁업법을 전면 개편했으며 겸영법, 금융상품거래법 등 신탁관련 법규도 일찌감치 세분화해 놓은 상태다. 또한 일본은 저금리·고령화 대응 신탁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로 관련 신탁상품 활성화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본인의 저서인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은 신탁 본래의 기능인 재산관리 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겸영 업무로 영위하다 보니 신탁의 본래 기능인 재산관리기능보다는 금융상품 중의 하나로 취급됐다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자본시장법이 규율하는 증권의 경우 투자기능 및 자금조달 기능이 있지만 신탁은 자금조달의 기능이 없다”며 “신탁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는 신탁업을 별도로 제정해야 하며, 신탁업이 재편돼야 일반 국민들이 신탁을 활용해 후견신탁, 유언신탁 등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SEC 참고해 증선위 권한 확대 필요성도
지난 2015년부터 6년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 교수는 증선위의 독립 필요성도 꼬집었다.
증선위는 증권·선물시장(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와 금융위가 수행하는 주요 사항을 사전에 심의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본보기로 해서 설치됐지만 증선위가 가진 권한은 SEC의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미국 SEC의 경우 수사권, 기소권에 준하는 권한이 있지만, 한국 증선위는 고발 권한만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내 증선위는 법률상 독립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별도 사무처가 없다. 위원장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겸임하고 있으며 규모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5명뿐이다.
이 교수는 “증선위 전속 권한은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사건 등인데 최근 들어 관련 법 위반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외감법 위반을 감시해야 할 법인이 너무 많다. 현재 상장법인 2500여개, 비상장법인 2만7000~2만8000개 수준으로 들여다봐야 할 사건이 너무나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자본시장 규모가 지속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의 증선위 체계를 참조해 감독체계 개편 논의 시 증선위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 프로필
△1989년 연세대학교 경제학사△1996년 제38회 사법시험 합격
△2000년 고려대학교 법학석사
△200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전문법학연구과정(금융거래법과정) 수료
△2002~2003년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 방문학자
△2004년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2006~2010년 금융위원회 자체평가위원
△2009~2010년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
△2011~2014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비상임위원
△2013~2015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2015~2018년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
△2015년~현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