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솔솔 불거지는 정세균 구원투수론

2021-04-05 17:52

[임병식 위원]


아마 내일 자정께면 서울과 부산시장은 결정된다. 치열했던 만큼 결과를 놓고도 분분한 해석이 예상된다. 사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보궐선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여야는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를 놓고 격전을 치렀다. 선거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정권 안정과 정권 심판 사이에서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내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초반만 해도 낙승을 자신했다. 근거는 충분하다. 국회의석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압도적인 조직력은 강점이다. 국회의원 49석 가운데 41석, 구청장 25곳 중 24곳, 서울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 이 정도면 민주당 손아귀에 있다 해도 과언 아니다. 하지만 “바람(민심)을 이기는 조직(세력)은 없다”는 말을 실감하며 전전긍긍이다.

선거 와중에 터진 악재는 타격이 컸다. LH 땅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부동산 이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로 확산됐다. 여기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국회의원은 기름을 끼얹었다. 가뜩이나 성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민주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사실 부동산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보다 근본적인 건 쌓이고 쌓인 오만함과 독주에 대한 분노다.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싫어 등 돌리고 있다. 집권 초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80%대 초반이었다. 지금은 30%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50% 가까운 지지층이 이탈했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에 접어든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비판적 지식인들은 무능과 오만, 위선을 꼽는다. 한때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586 정치인들이 보여준 민낯에 지지층은 고개를 돌렸다.

당내 언로는 꽉 막혔다. 반대 목소리는 찍어내고, 적으로 돌렸다. 심지어 검찰과 감사원, 사법부마저 적폐로 몰았다. “문재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고 했지만,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징역 2년 6개월을 받고 구속됐다. 조국 자녀 관련 입시 비리 혐의 또한 7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급격한 민심 이반은 이 같은 결과다. 모든 사안을 이념 대결과 적폐로 몰아간 과오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4·7보궐 선거는 끝이 아니다.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예방주사로 여기고 전열을 가다듬는다면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거꾸로 적전 분열은 더 큰 패착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타격을 입게 될 사람은 아무래도 이낙연 선대위원장이다. 당헌·당규까지 개정해 가며 후보를 낸 책임이 작지 않다. 패한다면 선수 교체와 강판 요구가 뒤따를 게 빤하다. 지지율 하락도 불가피하다. 호남을 중심으로 선수 교체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유력한 대안으로 정세균 총리가 거론된다. 지지율은 낮지만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그는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기에 당내 기반이 두텁다. 무엇보다 실물경제와 정책집행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통합 리더십도 돋보인다. “이재명은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인식과 맞물려 유력한 제3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만일 선거 결과가 좋지 않다면, 정 총리에게 균형추가 기울 것은 분명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신호다.

20대 대선은 11개월 앞이다. 안정적이며 능력 있는 후보 발굴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정책 역량에서 돋보이는 정세균과 다이내믹한 이재명 간 경선은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 덕목으로 국정운영 능력과 통합을 꼽고 있다. 정 총리는 두 차례 당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6선 국회의장, 국무총리까지 경륜을 갖췄다. 또 상식적인 언행은 여야를 떠나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공직사회와 경제계도 호의적이다. 정치권이 ‘저평가 우량주’ 정 총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지나친 신중함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3후보 등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만일 잠복한 민심을 감지하지 못한 채 대선을 치렀다면 아찔하다. 위기를 인지했다는 건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4·7 재·보궐 선거는 백신이다. 민심 풍향계를 읽고 가다듬으라는 경고다. 이래저래 4·7 보궐선거는 어떤 형태로든 민주당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불공정과 불평등, 계층 양극화, 기후변화 등 다양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은 “나는 개인적으로, 학습을 게을리하여 실력은 부족하면서도 지적 우월감, 윤리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민주 건달’이 되지 않을 것을 자경문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욕받이가 된 586 정치인들. 마지막 할 일은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후보를 세우는 일이다. 4·7 선거를 쓴 약으로 여길 때 새로운 길은 열린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후보는 누구일까. 계파를 떠난 열린 논의를 기대한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갈등연구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