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삼성전기① 경계현 사장, ‘2026년 매출 2배’ 초석 다진다

2021-04-05 08:00
회사 전체 '스케일 업' 강조..."컴포넌트·모듈·기판 등 전사업 고른 성장"

“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3개 사업부 흑자, 매출 역대 3위, 영업이익 역대 2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삼성전기가 받아든 지난해 성적표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는 이와 관련해 “운이 좋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임직원이 잘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지난해 경영성과를 설명한 경계현 사장은 “지난해 1월 삼성전기 대표로 취임한 후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한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를 임직원들과 함께 수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가 역성장한 가운데 거둔 성과지만 경 사장은 “목표치에는 미달했다”고 평가하며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경 사장은 올해 ‘최고의 성장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2026년쯤엔 매출을 2배 규모까지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1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스케일 업'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제공]

 
‘최고의 성장기업’ 성공 열쇠는 회사 전체의 스케일 업(Scale Up)
지난해 삼성전기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적 성과가 주목받았지만 사실 경 사장은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성장기업을 위한 ‘엔지니어’ 경 사장의 청사진은 컴포넌트, 모듈, 기판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거두겠다는 게 핵심이다.

컴포넌트 사업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IT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전장·산업용 MLCC의 시장점유율도 끌어올리는 등 사업부문 전체를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MLCC를 비롯한 수동소자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TV 등 완제품 기능이 향상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자동차에 채용되는 전자장비가 늘어나는 등 성장이 전망되는 사업이다.

경 사장도 “올해 MLCC 같은 경우 작년보다 전체적인 시장이 굉장히 우호적”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기는 향후 사업 성장세에 올라타는 동시에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나서며 컴포넌트 사업의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모듈 사업부문의 성장을 위해 기술 차별화, 원가경쟁력 제고 등 2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광학 10배줌 폴디드(Folded) 카메라, 1억800만화소 이미지센서가 채용된 카메라모듈 등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을 강화하고, 원가절감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확보하는 등의 전략을 펴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기판 사업부문은 경 사장이 강조하는 ‘고른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핵심이 될 전망이다.

2018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기판 사업부문은 2019년 흑자로 전환, 삼성전기 전체 영업이익의 2%를 담당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는 전체 영업이익 중 12%가 기판 사업부문에서 발생했다.

기판 사업부문이 꾸준한 성장을 통해 영업이익을 키워줘야 컴포넌트, 모듈 사업부문 등과 함께 골고루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경 사장은 이를 위해 스마트폰이나 웨어어블 기기 등 소형 IT기기용에 사용되는 BGA(Ball Grid Array) 기술 차별화를 통해 선두 자리를 지키고, 컴퓨터·서버·전장 등에 활용되는 FCBGA(Flip-Chip BGA) 고부가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전기가 최고의 성장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경 사장의 포부와 관련, 시장 전망은 경 사장의 편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컴퓨터나 서버 등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업계에서는 이 현상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이 3억50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약 3억6000만대 출하량을 기록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도 “MLCC는 IT 완제품 수요 회복 추세 속 건전한 업계 재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평균판매가격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카메라모듈은 플래그십 수요가 기대보다 미흡하더라도 A 시리즈, 중화 고객들 수요로 상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전기는 앞으로도 컴퓨터, 서버 등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산업군과 전기차 등 미래가 유망한 산업군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장 상황은 경 사장이 강조한 ‘시장 성장을 초과하는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최고의 성장기업으로 나아갈 주춧돌을 놓는 데 순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가 지난 3월 1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향후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