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전염될까 봐"…75세 일반인 백신 접종 스타트
2021-04-01 16:32
1일, 만 75세 이상 351만명부터 순차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 시작…이와 별도로 노인 시설 입소자 등 약 15만명도 접종
보관 짧은 화이자 백신…향후 '노쇼(No Show)' 최소화가 관건
보관 짧은 화이자 백신…향후 '노쇼(No Show)' 최소화가 관건
1일 오전 9시 무렵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이날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박양성씨(85)의 말이다.
박씨에 이어 두 번째 접종을 받은 서정옥씨(86·여)는 "경로당에서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맞지 않으려 했는데 손자, 손녀, 자식들에게 코로나를 전염시킬까봐 우려돼 백신 접종을 했다. 오늘 아침 혈압약과 해열제 2개를 먹고 왔다"고 말했다.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를 전후해 전국 예방접종센터 46곳에서 만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서울 성동구청 소재 접종센터에서는 이미 오전 8시 30분 전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최근 고령층 백신 접종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전국적으로 비교적 순조롭게 접종이 이뤄졌다.
이번 접종은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까지는 감염 취약시설인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의 종사자와 입원·입소자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 △1차 방역대응 요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만 백신 접종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인 만 75세 이상 총 350만8975명은 모두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 정부의 조사(3월 28일 기준)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4만1865명 중 86.1%인 175만8623명이 백신을 맞겠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는 예방접종센터의 접근성과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 말까지 시·군·구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센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서·산간지역에 거주해 센터를 찾기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서는 방문 접종 등 별도의 접종 방법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나이와 관계없이 노인 시설 입소·이용자와 종사자 15만4674명도 추가로 이날부터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 이 가운데 접종 여부가 파악된 9만6986명 중 93.2%인 9만423명이 접종을 받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 이달부터 코로나19 취약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 대한 접종도 순차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둘째 주에 장애인시설과 교정시설에 대한 접종에 나서며, 셋째 주에 결핵 및 한센인 거주시설·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대상으로 접종을 진행한다. 넷째 주에는 노숙인 거주·이용시설 종사자 및 입소자 등이 접종을 받는다.
이번 고령자 백신 접종의 핵심은 예약 후 접종하러 오지 않는 '노쇼(No Show)'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다.
1일은 접종 첫날인 만큼 전국적으로 이렇다 할 노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송파구 예방접종센터의 경우 노쇼에 대비해 예비 인원 약 30명의 명단도 따로 마련했을 정도다.
하지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 백신은 영하 90~6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냉동고에서 나올 경우 최대 5일, 희석한 백신은 6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할 만큼 유통 기간이 매우 짧다. 즉, 접종을 하기로 한 예약자가 6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를 폐기한다는 뜻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보관이 까다로워 빠른 시간 내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며 "집단면역 형성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어르신들의 접종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