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거래소, 비테크주에도 '차등의결권' 적용 검토중
2021-04-01 08:12
스팩 합병상장 도입 추진..."연내 허용 목표"
크리스토퍼 후이 홍콩 재경사무국고장관은 3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테크기업도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홍콩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주 1표' 원칙을 고수하던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 2018년 6월 테크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 등이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안정적 회사 운영을 뒷받침하는 장치다. 알리바바, 샤오미, 메이퇀, 징둥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차등의결권 덕분에 홍콩 증시는 지난해 154개 기업이 상장해 총 516억 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후이 장관은 이날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거래소는 연말까지 스팩와 합병을 통한 상장이 허용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6월까지 스팩 상장 방안을 마련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미국의 스팩 투자 과열 현상을 보면서 스팩 설립이나 인수 대상 등과 관련해 미국보다 좀더 강화된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앞서 블룸버그가 보도한 바 있다.
홍콩거래소가 비테크기업에 차등의결권을 확대하면 중국 등 아시아증시의 홍콩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미국이 자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많은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회귀하고 있다. 올해 들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인터넷 공룡 바이두(百度, 09888.HK),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 09626.HK)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