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어] 조선구마사 폐지를 바라보며

2021-04-01 00:00

 



최근 드라마 '철인왕후'를 본 조카가 철종을 가리켜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성군"이라고 이야기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최악의 군주'로 손꼽히는 조선 제25대 왕 철종이 '성군'으로 둔갑했으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었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많다고 한다. 역사책보다 TV나 유튜브가 더 익숙한 청소년이니, 사실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최근 퓨전 사극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다. '퓨전 사극'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상상력'이라는 창으로 역사적 사실를 왜곡한 작가의 '역사의식 부재'와 '안일함'이 빚은 참극이었다. 

역사·문화와 무관한 판타지적 요소만으로도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 '퓨전사극'임에도 굳이 실존인물까지 등장시키며 역사를 왜곡했고, 시청자 분노, 협찬사 손절, 제작사 시가총액 1000억원 증발이라는 사상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글은 어떤 무력보다도 파급력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허구의 창작물일지라도 그 안에 실제 역사와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 이는 '사실'로 각인될 수 있다. 이것이 철저한 역사의식 그리고 작품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