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역세권 2만 가구 공급 유의미…보선 이후 주시해야"

2021-03-30 14:35
"민간재개발과는 색 달라…확실한 사업성 확보돼야"

1차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인 서울 영등포구 양평13·14구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의 2차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서울의 공급 가뭄이 어느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LH사태'로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정부가 꾸준히 공급 시그널을 준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대어'로 꼽히는 한남1구역 등이 주민 반대로 빠지면서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장위8·9구역과 성북1구역 등 16곳이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됐다. 전체 공급규모는 2만202가구로, 1차 후보지(4700가구)보다 4배 이상 많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 중에는 장위8·9구역, 신월7동-2구역 등 2000가구 이상 공급되는 구역이 꽤 있다"며 "역세권을 중심으로 후보지가 나오면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공공재개발 취지 자체가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재개발이 힘든 구역은 공공의 힘을 빌려 재개발을 진행하라는 것"이라며 "LH사태가 공공관련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긴 했지만, 민간과 공공재개발의 색깔이 명확히 분리됐기 때문에 정비구역수나 공급물량 자체는 적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성북구 장위8구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2006년 장위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2010년 조합을 설립하는 등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에 대한 주민 간 이견이 발생하며 2017년 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송파구 거여새마을도 2011년 거여·마천재정비촉진지구에 편입된 다세대 밀집지역으로, 구릉지에 위치한 탓에 용적률 상한이 낮고 사업성이 부족해 그간 개발이 진행되지 못한 곳이다.

이들 지역은 용도지역 상향 등으로 사업성을 개선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공공재건축이 확실한 사업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언제든 좌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대표는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흑석2구역을 예로 들며 "분양가 산정 기준 등 인센티브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공공재개발을 통해 물량을 확보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합의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흑석2구역은 정부가 제시한 조건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현재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의 새로운 사업성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추진위에서는 용적률 600%, 최대 층수 50층, 주변 시세 90% 수준의 분양가 등을 공공기관에 제안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은 지난 1월 1차 시범사업지 발표 이후로 사업설명회 등의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다수의 사업지 발표보다 가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시범케이스를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의 정비사업 시장도 확인해야 할 요소다.

이 책임연구원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중심 공급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떤 후보자가 서울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공공재개발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주민 갈등이 생긴 곳은 공공재개발을 통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이익"이라며 "강남은 재건축 단지가 많고 민간으로 추진하더라도 사업성이 충분히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강북권을 중심으로 공공재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