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금호석화 주주총회, 박찬구 회장 '완승'···박철완 주주제안 모두 폐기

2021-03-26 14:50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의 향방이 달린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이 조카인 박철완 상무에게 완승했다. 박찬구 회장 측이 상정한 안건은 대부분 통과된 반면 박 상무의 주주제안은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금호석유화학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안 ▲사내이사 1명 선임안 ▲사외이사 3명 선임안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1명 선임안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주총의 관심사는 박 상무의 이사회 진입과 그가 제안한 고배당안의 통과 여부였다. 그러나 주총 표결 결과 박 상무의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박 회장 측이 제시한 보통주 주당 4200원·우선주 4250원의 배당안이 의결권 있는 주식 중 찬성률 64.4%로 통과했다. 박 상무 측이 제안한 보통주 1만1000원·우선주 1만1050원의 고배당안은 찬성률 35.6%로 부결됐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 상무는 표결에 앞서 "회사 배당 성향은 20%에 미치지 못하며 평균 배당 성향 보다 확연히 낮은 수준"이라고 호소했지만 표 대결에서 밀렸다.

박 상무의 이사회 진입도 좌절됐다. 이날 주총에서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은 52.7%의 찬성률로 보통 결의 요건은 충족했으나, 사측 의안 찬성률 64%에 밀려 폐기됐다. 이에 따라 사측이 추천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전무)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분 3% 초과 주주들의 의결권도 3%로 제한되는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도 사측이 추천한 황이석 후보가 찬성률 69.3%로 가결됐다. 박철완 후보 측이 추천한 이병남 후보 선임 안건은 찬성률 30.5%로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사측이 추천한 최도성, 이정미, 박순애 후보가 더 많은 표(67~74%)를 얻어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 상무가 추천한 조용범, 최정현, 민준기 후보는 25.4~32.2% 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등 위원회 설치 안건도 사측 안건이 박 상무 측 안건을 제치고 통과됐다.

다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안건은 사측과 박 상무 측의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정관 개정 안건은 특별 결의 사항이라 안건별 찬성률이 66.6% 이상이어야 하는데 두 안건 모두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미 주주총회 전부터 박 회장이 우군을 다수 확보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 23일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8.2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박 회장 측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지분은 박 회장과 자녀의 합이 14.84%, 박 상무는 10% 수준으로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실제 주주총회 결과 양측의 득표는 큰 차이가 발생했다.

이날 주총은 위임장 심사와 박 회장과 박 상무 양측의 의결권을 법원 검사인 입회하에 검표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예정된 9시보다 2시간 40분 지연된 11시40분에 시작했다.

박 상무는 이날 주총 시작 전에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본인과 백 본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검표 과정에서 자리를 뜬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윤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