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시위대 164명 사망' 인정...책임은 시위 탓 '오리발'

2021-03-23 22:24

미얀마 군부가 시민 불복종 시위대에 대한 진압 과정에서 164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의 사망 책임을 시위대에 돌려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얀마 군정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조 민 툰 미얀마군 준장은 TV 기자회견을 통해 "군경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164명이 숨졌다"면서 "이에 대해 군부도 슬픔을 느끼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TV 기자회견 중인 조 민 툰 미얀마군 준장.[사진=AFP·연합뉴스]


그러나 툰 준장은 직후 "시위대가 기물을 파괴하고 사회 불안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라면서 군부의 유혈 진압과 시민들의 사망 책임을 시위대에 돌리는 발언을 내놨다.

다만, 그는 "시위와 폭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제는 폭력 행위가 발생해도 가능한 한 무력 사용을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웃한 5개 국가와 협력 중이며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은 계속해서 국제 사회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미얀마 군부의 기자회견은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인해 시민들의 인명 피해가 극심해지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는 것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미얀마 군부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단행한 국제 제재에 간접적으로 항의하려는 목적이라고도 풀이했다.

다만, 이날 군부가 밝힌 시위대 사망자 숫자는 민간에서 확인한 사례와 크게 차이난다.

외신들이 미얀마 시위대의 사상자 집계를 인용하는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까지 해당 단체가 확인한 시위대 사망자는 최소 261명이다.

특히, 군부가 혐의를 은폐하기 위해 야간에 민가를 기습하거나 시위대의 시신을 탈취해 유기하는 등의 행태를 고려했을 때 전체 사망자는 집계 수치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지는 영상에서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의도적으로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세 아이의 엄마', 임산부, 14~15세의 청소년들 까지도 총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