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吳‧安 단일화 결과 따라 野 권력지형 바뀐다
2021-03-23 03:00
吳, 개혁우파 플랫폼…安, 범야권 대통합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범야권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이 22일 시작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사건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연일 난조를 보이면서, 단일화 승자가 본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오·안 두 후보 단일화의 승자는 이르면 23일 늦어도 24일엔 가려진다.
이번 단일화의 결과는 서울시장 선거의 판도뿐 아니라 대선을 앞둔 야권의 정치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어느 후보가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야권 재편, 국민의힘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에 미칠 영향이 갈린다.
◆ 吳 승리시 국민의힘 구심력 강화
반면 안 후보가 승리할 경우엔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약화된다. 전국 단위 큰 선거에서 5연패를 겪은 셈이 되기 때문에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윤 전 총장과 안 후보의 구심력이 강해지면서 대규모로 야권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앞둔 이합집산이 시작되는 셈이다.
두 후보의 이날 발언도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개혁우파 플랫폼’을 언급한 반면, 안 후보는 태극기 세력까지 포함한 ‘범야권 대통합’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재편을, 안 후보는 외부 구심력을 이용한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설명한 셈이다.
◆ 安 승리시 김무성 등 구주류 재등판
국민의힘 헤게모니 싸움의 승자도 가려질 것으로 본다. 당 안팎에선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경선을 김종인 대 반(反) 김종인 세력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위원장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어 온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 등 구(舊) 주류 세력과 복당이 저지된 홍준표‧윤상현 무소속 의원 등이 안 후보를 고리로 김종인 체제를 흔들려고 했다는 것.
실제로 단일화 협상 분수령이던 지난 18일 국민의힘 내부 회의에선 김 위원장의 노선을 지지하는 소장파 세력과 반김종인 세력이 수차례 부딪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김문수‧이재오 전 의원 등은 두 후보 간 단일화를 압박하며 김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초선 의원들은 의총에서 “저희들은 협상팀을 믿고 있다”며 협상팀에 힘을 실었다.
오 후보가 승리하면 중도외연 확장 행보를 지속해 온 김 위원장의 노선에 힘이 실리는 반면, 안 후보가 승리할 경우 구 주류 세력의 귀환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보선이 끝난 뒤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에 추후 열릴 전당대회에서 이들의 당권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초선 의원은 “구 주류 정치인들이 안 후보 측에 붙어 있고, 혁신 세력이 오 후보 측에 붙어있는 형국”이라며 “전대에서 일전(一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진석‧주호영‧조경태‧윤영석 등 당내 중진들과 김무성 전 의원 등이 차기 당 대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초‧재선 그룹에서도 주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초선 의원 가운데선 김웅‧윤희숙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