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파트너스, 롯데손보 재매각 속도낸다

2021-03-22 19:20
이명재 전 알리안츠생명 새 대표 내정
무해지 보험 밀어내기 전략 실패…RBC비율 하락·실적 악화 영향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이명재 전 알리안츠생명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내정하면서, 롯데손해보험의 재매각을 통한 엑시트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인수 당시 내재가치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확보하겠다는 경영 방침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무(저)해지 보장성 상품 확대를 통한 매출 확대 전략이 당국의 간섭에 무산되면서 더욱 노골적인 엑시트 전략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롯데손보]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명재 변호사를 새 대표에 선임할 예정이다.

이 내정자는 국내외 주요 보험사의 지분 매각 등 다양한 경영 컨설팅 경험을 갖추고 있다. 그는 2010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마켓매니지먼트총괄 지역대표를 거쳐 2016년 알리안츠생명이 안방보험(현 다자보험)에 매각될 당시 대표이사로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외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특히, 그가 속해 있던 율촌은 작년 상반기 매각금액이 2조3000억원에 이르는 푸르덴셜생명 주식 매각 거래에서 미국의 푸르덴셜그룹에 자문을 했다. 이 밖에도 그는 △DB손해보험을 대리해 괌과 사이판, 파푸아뉴기니에서 보험업을 영위하는 센츄리 인슈어런스 컴퍼니(Century Insurance Company)를 인수하는 거래 자문 △DB손해보험 및 한화생명의 미국 자회사 설립 자문 △SGI서울보증, 삼성생명 아시아 진출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JKL파트너스가 이 변호사를 차기 대표로 내정하면서,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재매각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무(저)해지 상품을 판매해 덩치를 키우려던 계획이 당국의 권고로 무산되면서 빠른 엑시트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가 일반상품보다 저렴하지만, 해지 시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고객이 보험료를 납입하기로 계약한 기간 내에 보험을 해약하면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돼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적립금을 쌓지 않아도 된다.
 
 

[롯데손해보험]

이에 롯데손보는 지난해 무(저)해지 상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매출을 확대했다. 손해보험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까지 손보업계의 무해지 보험 롯데손보의 무해지보험 점유율은 21.8%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 점유율(11.0%)보다 10% 포인트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롯데손보는 지난해 무·저해지보험의 해지환급금을 없거나 적게 계산, 가용자본을 늘리는 식으로 산출했다가 올해 초 다시 정정했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92.9%에서 169.4%로, 무려 14.3% 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한 첫해 RBC비율(171.3%)보다도 낮은 수치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RBC비율 권고치인 15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남대문 사옥까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는 2000억원 규모의 남대문 사옥을 매각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인 캡스톤자산운용과 논의를 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매출(원수보험료)과 순익도 악화됐다. 롯데손보의 작년 매출은 2조2344억원으로 전년도 2조4405억원보다 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1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탈출에도 실패했다. 실적이 악화되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롯데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초 JKL파트너스가 금융당국과 노조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기업 내재가치 확보를 약속했지만, 무해지 상품 판매 부작용으로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는 등 기업가치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빠른 엑시트 전략으로 선회하기 위해 이 내정자를 빠르게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