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검찰 위상]②기싸움 공수처·견제구 법무부
2021-03-19 08:01
김학의 사건 '기소권'두고 김진욱과 공방
박범계, 한명숙 위증사건 수사지휘 지시
박범계, 한명숙 위증사건 수사지휘 지시
검찰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힘겨루기에서도 번번이 밀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임기 첫 '수사지휘권'을 빼 들었다. 수사지휘는 역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번번이 대립하던 사안이었다. 수장이 없는 검찰은 이전과 달리 즉각 대응 대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공수처와 '기소권'을 두고 다툼 중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이규원 검사 사건 기소권을 두고 서로 날을 세우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수원지방검찰청에 재이첩하는 과정에서 '기소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는 취지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이 사건 수사팀장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건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란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장관은 이틀 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방조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를 내렸다. 박 장관 취임 후 처음이자, 역대 4번째 수사지휘권 행사다.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때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금품 제공 사실을 번복하자, 검찰이 한씨 구치소 동료 재소자 2명을 압박해 가짜 증언을 하게 한 의혹과 관련한 대검찰청 결론이 잘못됐다는 판단에서다. 대검은 재소자들을 물론 전·현직 검사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 장관은 "이 사건은 잘못된 수사 관행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배당,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났다"고 꼬집으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수사지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검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부장회의를 열고 위증 재소자 중 한 명인 김모씨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 회의 땐 대검 한동수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 겸 검사 의견도 듣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에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에 벌어진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을 합동감찰하라고도 지시했다.
수사지휘권은 그간 법무부와 검찰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추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끊임없이 대립한 이유 중 하나였다.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했을 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하지만 지금 검찰은 다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직했다. 이 때문에 수장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검찰은 박 장관 수사지휘권이 발동한 당일 종일 침묵했다. 하루 뒤인 18일 오전에야 "장관 수사지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