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검찰 위상]②기싸움 공수처·견제구 법무부

2021-03-19 08:01
김학의 사건 '기소권'두고 김진욱과 공방
박범계, 한명숙 위증사건 수사지휘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힘겨루기에서도 번번이 밀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임기 첫 '수사지휘권'을 빼 들었다. 수사지휘는 역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번번이 대립하던 사안이었다. 수장이 없는 검찰은 이전과 달리 즉각 대응 대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공수처와 '기소권'을 두고 다툼 중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이규원 검사 사건 기소권을 두고 서로 날을 세우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수원지방검찰청에 재이첩하는 과정에서 '기소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는 취지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이 사건 수사팀장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건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란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다음 날인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공수처법에 따라 향후 공소권 행사를 유보한 공수처장 '재량이첩'이다"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이후 검찰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윤석열 전 검찰총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무부와도 여전히 껄끄럽다. 검찰과 법무부 갈등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재임한 지난해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정점을 찍었다. 지난 1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지만 관계 개선은 아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장관은 이틀 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방조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를 내렸다. 박 장관 취임 후 처음이자, 역대 4번째 수사지휘권 행사다.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때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금품 제공 사실을 번복하자, 검찰이 한씨 구치소 동료 재소자 2명을 압박해 가짜 증언을 하게 한 의혹과 관련한 대검찰청 결론이 잘못됐다는 판단에서다. 대검은 재소자들을 물론 전·현직 검사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 장관은 "이 사건은 잘못된 수사 관행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배당,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났다"고 꼬집으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수사지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검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부장회의를 열고 위증 재소자 중 한 명인 김모씨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 회의 땐 대검 한동수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 겸 검사 의견도 듣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에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에 벌어진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을 합동감찰하라고도 지시했다.

수사지휘권은 그간 법무부와 검찰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추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끊임없이 대립한 이유 중 하나였다.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했을 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하지만 지금 검찰은 다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직했다. 이 때문에 수장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검찰은 박 장관 수사지휘권이 발동한 당일 종일 침묵했다. 하루 뒤인 18일 오전에야 "장관 수사지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