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北 김정은 눈치본다?…백악관 '김여정 담화' 대응 無

2021-03-17 07:57
백악관 "김정은 동생 발언 직접 논평 없다"
대북정책 수립 전 메시지 수위 조절하는 듯
NBC "바이든 행정부, 北 자극 않기로 결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왼쪽)·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미국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문에 침묵한 채 북한에 관한 미국의 목표는 ‘외교’와 ‘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 등에 따르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이뤄진 언론 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해 “김정은 동생의 발언과 관련해 직접 논평하거나 반응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김 부부장은 15일 자 담화문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하며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했다. 특히 그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한 짧은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면서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첫 대미(對美) 메시지이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담화문으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사키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은 바이든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 부양책 홍보를 위해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하고자 탑승한 대통령 전용기에서 이뤄졌다.

사키 대변인은 북한 관련 질문에 블링컨, 오스틴 장관이 일본과 한국 등을 방문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두 장관이 아시아순방에서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오는 18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개최될 예정인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안보 현안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우리의 초점은 안보를 포함해 다양한 문제에 대해 우리의 파트너, 동맹과 협력하고 조율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목표는 항상 북한의 외교와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15일부터 2박 3일간의 일본 일정을 소화한 블링컨 장관은 전날 김 부부장의 발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오늘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우리 동맹들과 파트너들의 발언”이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현재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는 만큼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조만간 마무리돼 오는 4월 미국의 새로운 대북전략이 발표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세 차례나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의 무응답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NBC는 백악관이 당분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NBC는 전·현직 고위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백악관 국가안보팀(NSC)이 지난달 초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낼 때 부드러운 어조를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NBC는 백악관의 이런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동안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를 반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NSC 주최 고위급 참모회의에서 당국자들은 대북 접근법에 대해 ‘배를 흔들지 말라’로 요약했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고, 북한을 이해하기 전까지 ‘북한(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