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펀드시장 급냉] "믿었던 쿤형마저···" 투자 수익률 20% 넘게 곤두박질

2021-03-16 06:00
中증시 추가 조정장···'펀드런' 나타날까
"수익률 50% 이상" 연초까지 펀드 투자 광풍 불었는데
펀드 투자 '단타' 인식 팽배···"투자자 30% 보유기간 한달 미만"

중국증시 조정장 속 공모펀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사진=CCTV 캡처화면]


"펀드 파동을 초월해 투자자들은 더욱더 이성과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11일자 중국 관영 경제지 증권시보 1면 평론 제목이다. 최근 중국 증시 조정장으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불안해진 투자심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중국증시 강세장 속 주식형 펀드에 뭉칫돈이 몰리며 그야말로 펀드 투자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춘제(중국 설) 연휴 후 중국증시가 조정장에 빠지면서 펀드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 "믿었던 쿤형마저···" 펀드 수익률 20% 넘게 곤두박질

당장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중국 시장정보업체 초이스에 따르면 춘제 연휴 직후인 2월 18일부터 3월 9일까지 중국 전체 3700개 펀드 순자산가치 하락 폭이 평균 10%에 달했다. 이 중 낙폭이 20% 넘는 펀드가 1200개, 낙폭이 25% 이상인 펀드도 3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명 스타급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도 예외는 없었다. 올초까지만 해도 '펀드매니저계 황태자'로 불렸던 장쿤(張坤)이 관리하는 '이팡다(易方達) 프리미엄 블루칩 혼합형 펀드(블루칩 펀드)'. 지난해 수익률이 100%에 달했으나, 최근 한달새 수익률이 20% 넘게 폭락했다.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같은 바이주(白酒, 고량주) 종목으로의 투자가 편중됐는데, 최근 조정장 속 바이주 업종주 주가가 20% 넘게 고꾸라졌다. 

저장성 닝보시 주부 치유디씨는 올초 이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대표적인 투자자다. 그는 블룸버그를 통해 "새해 초 3만5000위안을 투자했는데, 전부 환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하락할지 모른다"며 "만약 지금처럼 약세장이 지속되면 꼼짝없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도 했다. 

◆ 中증시 추가 조정장···'펀드런' 나타날까 

수익률 하락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펀드런(대량 환매)'까지는 아니지만 환매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에 따르면 2월 18일~3월 9일까지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331개 중 130개는 펀드계좌 수가 줄었다. 특히 11개  ETF의 펀드계좌 수는 1억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장성 항저우의 한 공모펀드 매니저는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아직까지 각 펀드 상품별 환매비중은 5%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증시에 추가 조정장이 이어질 경우 펀드 수익률이 더 하락해 펀드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니 당연히 신규 출시되는 펀드 수량도 급격히 줄었다.  윈드사에 따르면 지난주(3월 8~13일) 중국에 신규 출시된 주식형 펀드는 모두 15개로, 총 발행규모는 332억500만 위안이었다. 1개당 평균 발행액이 22억 위안에 불과했다. 올 들어 최저치다.  2월 마지막주(2월 22~26일)만 해도 60억 위안이었는데 3분의1로 쪼그라든 것이다.
 

[자료=윈드사]


◆ "수익률 50% 이상" 연초까지 펀드 투자 광풍 불었는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증시 강세장 속 공모펀드 시장도 호황을 이뤘다.  

지난해 전체 주식형펀드 신규 자금 모집액만 1조6100억 위안으로, 2019년(4255억7000만 위안)의 거의 네 배에 육박했다. 신규 출시된 주식형 펀드도 모두 1660개로, 2019년(622개)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초까지 펀드 투자 광풍은 이어졌다. 상하이 소재 펀드 컨설팅업체 지벤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올초 1~2월까지만 해도 신규 출시된 주식형 펀드에 모두 83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중국기금업협회에 따르면 1월 말까지 중국 전체 공모펀드 순자산 가치는 20조 위안을 돌파했다. 

최근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펀드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에 몰린 것이다.

높은 수익률도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 한몫했다. 2년 연속 공모펀드 평균 수익률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돈 것. 중국 은허증권 펀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54.99%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 상승폭인 13.87%, 38.73%를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중국증시 조정장 속 직격탄을 입은 건 주식형 펀드였다. 그동안 대다수 펀드는 바이주, 바이오제약, 신에너지 등 업종주 등 강세장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면서 수익률이 높았다. 그런데 조정장으로 이들 업종주가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펀드 수익률도 급락한것이다.

실제 구이저우마오타이가 2월 최고점 대비 약 25% 폭락한 것을 비롯해 우량예(바이주), 비야디(전기차), 론지솔라(태양광), CATL(배터리), 야오밍캉더(제약), 아이케이커(의료) 등 기업 주가 낙폭이 약 20%에 달했다.

◆ 펀드 투자 '단타' 인식 팽배···펀드 보유기간 '한달 미만'도 상당수

시장에는 올해엔 지난해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이미 팽배하다.

중국 화상펀드는 지난해 가파른 상승에 따른 조정장에 더해, 올해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에 신용대출 긴축까지 겹치며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상펀드는 올해 펀드 수익률이 기업 평균 실적 증가율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펀드런 사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펀드 투자자의 불안감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11일 관영 증권시보를 통해 "펀드 수익률이 단기적으로 하락했다고 해서 장기 수익성을 갉아먹는 건 아니다"라며 장기 가치투자를 강조했다.  

실제 아직까지 중국 주식시장에선 펀드도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 개념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펀드 투자자 중 펀드 보유기간이 3개월 미만인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특히 이 중 펀드 보유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투자자도 약 3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