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홍보' 조지아州 날아가는 바이든에 SK이노, '혹시나' 기대감

2021-03-15 15:52
19일, '美최대 격전지' 된 조지아州로 부양책 홍보 나서는 바이든
'EV배터리 특허 침해' SK이노, ITC 10년 수입 금지 거부권 요청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선거판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조지아주를 방문한다.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홍보하기 위한 지역 방문 유세 목적이지만, 배터리 특허 패소 위기에 처한 SK이노베이션은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회사가 조지아주의 지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규모 현지 공장을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미국 구조 계획' 재정 부양 법안을 홍보하기 위해 지역 방문에 나선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1조9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재정 규모 탓에 약 한 달 만에 상·하원 의회의 표결을 마친 후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입법 과정을 마무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사진=AP·연합뉴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해당 부양책과 관련한 홍보 행사를 출범하고, 16일과 19일 각각 펜실베이니아주와 조지아주를 방문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와 콜로라도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해당 순방 일정은 오는 2022년 진행할 미국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역을 찾아 바이든과 민주당 정권을 홍보하려는 목적이다.

WSJ는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주에 대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핵심 경합주'라고 지적했으며, 네바다와 콜로라도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직 상원의원인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와 마이클 베넷이 재선을 위해 내년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지역 방문 일정에는 경기부양책 입법 과정에서 공화당 소속 상·하원의원들은 단 한표도 찬성을 던지지 않았음에도 선거 홍보를 위해 부양책 도입 치적을 내세우자, 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백악관에서도 이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담겨있다.

실제 지난 10일 부양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직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화당 의원들은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도 나중에는 리본 커팅식이나 법안 발표 자리에 나와서 공로만 인정받으려고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특히, 이들 4개 주는 지난 대선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민주당의 편을 들어주며 바이든의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지역이기도 하다.

펜실베이니아주는 과거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던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북동부에 걸쳐있는 과거 공장지대) 중 하나이다.

네바다주는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전형적인 경합주로 콜로라도주는 과거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최근 10년 새 민주당 지지세로 돌아서는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조지아주는 과거 대표적인 공화당 텃세으로 분류됐지만, 현 시점에서 미국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후 올해 1월 상원 2차 결선 투표에서도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며 민주당의 블루웨이브(백악관·상원·하원 장악)의 1등 공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이 소재해있어,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분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역 정치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EV 배터리 기술과 관련한 영업 비밀을 도용했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고발로 양사는 법정 공방을 벌였고, 지난달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고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향후 10년 간 미국 내 추가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결정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ITC 결정에 대해 양사가 제출한 보고서를 심의 중이지만, 행정기관인 ITC의 결정은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판정 후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해당 판결은 무효화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약 26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 중이다. 회사는 공장 건설 과정에서만 26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해당 공장에 누적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6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해당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이 현실화할 경우, 조지아주에서는 지역민 고용·경제 연쇄 효과 축소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인 전기차 산업 육성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에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주정부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청원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두 번째 서한을 보내 ITC의 조치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민주당 소속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 역시 연방의회에서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공장이 고용할 2600여명의 일자리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폴리 트로튼버그 미국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 청문회에서는 워녹 의원의 압박으로 트로튼버그 지명자는 "ITC 판결문을 검토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측과 조지아주는 오는 19일 바이든 대통령의 지역 방문에 일말의 기대감을 거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ITC의 수입 금지 조치가 발효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은 데다가,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거부권 행사 요청을 차단하고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을 사들일 의향도 있다고 밝히면서 '장외 수싸움'이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3월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SK이노베이션이 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을 열었다.[사진=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