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방위비 분담금 실제로 합리적일까?

2021-03-12 03:00
국방비 연동하면 연동 2025년 1조5000억원 불어나
정부 "국력에 맞는 동맹관계 추구로 방위비 인상 불가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9차 회의를 진행 중인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왼쪽)와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사진 = 연합뉴스 ]



한·미 양국의 제11차 방위비분담협정(SMA)이 조기 타결되면서 한·미동맹의 걸림돌이 드디어 해소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46일 만의 성과로 한·미 동맹 가치 복원에 속도를 낼 수 있게됐다.

다음주 17~18일 예정된 미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이 한·미 동맹 복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2019년 9월 공식 협상이 개시된 이후 1년 6개월만의 성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요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때에만 7차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2차례 협상을 진행해 어렵게 타결에 이르렀다. 청와대도 지난 10일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해 "한·미동맹 복원을 상징하는 조치"라며 "지난 미국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과도한 증액 압박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가 원칙에 입각해 끈기 있게 대응해 합리적인 분담액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①방위비 협상 '합리적인 분담'인가? 
조기 타결의 성과는 이뤘지만 한국 측의 부담이 큰 과도한 협상이었다는 지적도 크다. '6년 다년 협상'이 국방비와 연동되는 점이 변수다. 연간 방위비 인상률을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키면 매년 높은 수준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분담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4% 이하)에 연동됐지만, 2021년 이후는 정부 국방비 증가율(7~8%)에 따라서 연동된다.

앞서 '5배 증액'을 요구했던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동맹 갈취`라고 비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좋은 조건의 협의가 기대됐다. 하지만 사실상 '바이든 할인' 없이 도널드 드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50% 인상' 고지서를 그대로 받게 된 셈이다.  

②국방비와 연동하면 방위비는 얼마나 오르나? 

이번 협상은 연도별 국방비 증가율이 핵심이다. 지난해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비 증가율은 평균 6.1%다. 이번 정부는 2018년 7.0%, 2019년 8.2%, 2020년 7.4% 국방비를 인상한 바 있다. 3년 국방비는 평균 7.5%다. 향후 예년 수준의 국방비 증가율이 유지될 경우 방위비 분담금은 △2022년 1조2720억원 △2023년 1조3674억원 △2024년 1조4700억원 △2025년 1조5802억원 등으로  예상된다. 국방비를 기준으로 방위비를 인상하면, 올해는 1조389억원 대비 1444억원(13.9%) 늘어난 금액을 지불하지만, 2025년에는 방위비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다. 

방위비가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증가율에 근거한 사례는 1년짜리 협정인 2019년 제10차 협정이 유일하다. 이번과 같은 다년계약 협정에선 처음이다. 또한 방위비분담금의 연간 상승률 상한 규정을 없앤 점도 논란이다. 2014년 체결된 9차 방위비분담금협정은 연간 상승률이 4%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 규정을 뒀다. 이번 협상에서도 4~5%의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정부는 "국방비 증가율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② 물가상승률 아닌 국방비와 연동되는 이유는? 

외교부는 방위비에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한 이유는 우리 재정 수준을 반영하고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는 명확한 기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앞으로 5~6년은 중요한 시기"라며 "국력에 맞는 동맹 관계를 추구해야 했기 때문에 방위비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의 재정수준과 국방능력을 반영하고 있다"며 "국방비는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③ 우리 측의 성과 없나?
방위비는 인상되지만 소기의 성과도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언급됐던 작전지원 항목 신설, 미국 첨단무기 도입 명문화 등은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인건비 하한선을 확대하는 등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협정 공백 시 발생했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규정도 신설했다. 양국 협상팀은 그 외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 배정비율 하한선을 기존 75%에서 87%까지 확대하고, 협정 공백 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협정상 최초로 명문화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과도한 인상이라고 해도 인상종목이 중요한 것"이라며 "무기구매 의무는 없었고, 인건비 배정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 75%에서 87%까지 확대했고, 이 가운데 85%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