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전력' 형지그룹, 계열사 새 감사에 '국세청 출신'

2021-03-09 17:09

[사진=형지 제공]

패션그룹 형지의 계열사 형지I&C가 새 감사로 국세청 출신을 영입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형지I&C는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최기봉 전 서울지방국세청 과장(법인납세2과)을 감사위원으로 뽑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최기봉 전 과장은 현재 세무법인 정상에서 세무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1999년 9월부터 2018년 말까지 근무했다.

형지I&C 측은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감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며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에서 객관적인 감사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최기봉 전 과장은 올해 상반기 퇴직공무원 정부포상후보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일하면서 대법인과 사주일가를 대상으로 제세포탈행위와 변칙적인 무상이전 행위를 적발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포상 여부는 오는 6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패션그룹형지는 2011년 세무조사로 92억원대 추징금을 물었고, 이듬해부터 줄곧 감사위원으로 국세청 출신을 뽑고 있다. 권오형 전 국세청 국세행정위원이 2012년 6월 감사위원을 맡았다. 임용천 전 국세청 세무조사역(현 세무법인 주원 대표)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감사위원으로 일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성기 전 연강재단 이사가 형지I&C 감사인을 맡고 있었다.

패션그룹형지는 2011년뿐 아니라 2016년에도 세무조사를 통해 43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냈다. 대기업 세무조사 주기는 대개 5년이다. 즉, 패션그룹형지는 올해 다시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

형지I&C는 이번 주총에서 최혜원 대표와 최병오 회장, 최태진 본사업부 본부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이동기 서울대 교수는 사외이사로 새로 뽑을 예정이다. 이사보수와 감사 한도, 2020년 재무제표 승인안도 주총에 올린다.

형지I&C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고전했다. 영업손실은 5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671억원으로 34%가량 줄었다. 반대로 주가는 같은 해 88% 넘게 상승했고, 올해 들어 전날까지도 29% 가까이 올랐다.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영향이 커 보인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무상교복 지원을 공약했고, 계열사인 교복업체 형지엘리트뿐 아니라 이 회사에 8%가량 출자하고 있는 형지I&C 주가도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