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들 "3기 신도시 토지보상 객관성 잃어" 반발

2021-03-08 14:32
"토지보상 산정 못 믿겠다…LH 빠져라"
토지보상 지연 가능성 높아…3기 신도시 입주 늦어질라 우려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3기 신도시 투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문제가 불거지자, 3기 신도시 수용 예정지의 토지주들 사이에서 "LH 못 믿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의 주택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토지보상 지연으로 인해 애초 계획보다 공급이 한참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폭로한 뒤 3기 신도시 예정지 토지주들을 중심으로 신도시 추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토지 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LH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의장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LH 직원의 땅투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 다수가 집단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개인의 일탈로 볼 게 아니라, 조직 자체에 대한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지주 다수는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부지에 땅을 대거 사들인 점이야말로 토지보상금 산정의 객관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상가격은 사업시행자와 시·도지사, 토지소유자가 각각 1명씩 3명의 감정평가사를 추천해 산정한다. 이후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기준액의 평균을 보상가격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업시행자, 즉 LH에서 추천하는 감정평가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다는 것이다. 임 의장은 “사실 LH에서 추천한 감정평가사가 갑이나 마찬가지”라며 “LH 보상부 소속 직원이 땅을 살 정도면 LH 추천 감정평가사에게 본인들이 산 땅을 높게 평가해 달라고 언질을 주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총 보상금액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토지주 간 금액을 n분의1로 나눈다”며 “예컨대 전체 보상금액 1000억원에서 300억원이 땅 투기한 LH 직원들에게 돌아가면 나머지 700억은 토지주들끼리 나눠야 한다. 결국 피해는 원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광명·시흥에서도 신도시 추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윤승모 광명시흥지구(광명시흥특별관리지역) 광명총주민대책위원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대한 마지막 신뢰마저 무너져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LH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토지보상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LH는 올해 토지보상 작업을 본격 진행하고 오는 7월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사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지주들과의 협상이 길어지면 3기 신도시 청약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려 달라고 시장에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상황에서 주택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며 “LH에 대한 신뢰가 깨져 토지주들이 신도시 추진 자체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이 진상 조사를 하고 있지만, 수사 권한이 없어 불법행위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