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쿠팡, 이커머스 저마진 장기화...사모펀드들 ‘움찔’

2021-03-04 10:25
PSR 밸류 의구심 여전...자체 물류 등 장점 부각도
시장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본격화 전망

[쿠팡 분기별 매출액 및 성장률 추이. 사진=쿠팡 증권신고서]

[데일리동방] 쿠팡 상장 소식에 이커머스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쿠팡이 약점 중 하나인 자금조달력을 보강하면서 업계 저마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밸류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지만 자체 물류 인프라 등 프리미엄 요소를 고려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배후에 포진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다른 움직임을 보일지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1일에는 수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희망가격을 주당 27~30달러로 제시했다. 기업가치는 460억~510억달러(약 51조~56조원)로 쿠팡이 조달하는 자금은 최대 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모가 확정일은 오는 10일로 다음날인 11일부터 거래가 시작된다.

상장에 성공하면 쿠팡은 누적적자(약 4조5500억원)에 대한 부담을 상당부분 덜게 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여타 이커머스 대비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자금조달력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쿠팡을 포함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네이버, SSG닷컴, 11번가 등은 이미 자체 조달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 다시 발을 들였으며 SSG닷컴과 11번가는 시장조달을 넘어 각각 신세계그룹과 SK그룹으로부터 전폭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그간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소프뱅크비전펀드(SVF, 최대출자자: 사우디 공공투자펀드)로부터 지속 수혈을 받은 가운데 SSG닷컴과 11번가도 그 배후에 만만치 않은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있었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어피니티컨소시엄으로부터 1조원, 11번가는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어피니티는 홍콩계 사모펀드지만 삼성그룹 출신 박영택 회장이 이끌고 있어 신세계그룹과 연결고리를 배제할 수 없다. OB맥주, 로엔엔터테인먼트,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등을 인수 후 기업가치 제고 후 되팔아 수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H&Q코리아는 토종 사모펀드다. 만도를 한라그룹 품으로 돌려준 거래는 업계에서도 여전히 화자가 되고 있다. 또 어피니티가 매각한 하이마트를 인수해 롯데그룹에 넘기기도 했다.

쿠팡은 그간 지속되는 적자와 불투명한 상장 여부로 손정의 회장이 체면을 구겼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시 시장과 달리 투자업계에서 쿠팡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과거 쿠팡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확대되기도 했다. 시발점은 다름 아닌 손정의 회장이었다. 지난 2016년 2월 손 회장은 직접 나서 쿠팡의 매출액 성장을 극찬했다. 2015년 연간 쿠팡의 리테일 매출이 전년대비 430% 급증했다는 것이다.

당시 언급한 ‘리테일 매출’은 직매입을 뜻한다. 매출구조를 변경하면서 수수료 등을 영업수익(매출액)으로 잡는 유통업 대비 단연 매출액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손 회장의 쿠팡 매출 성장 극찬에 대해 단순 회계인식 변경을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리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전히 적자 등은 문제지만 수익구조 변경 후 매출액 규모 확대는 실질적으로 쿠팡이 성장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쿠팡 상장 성공은 손 회장 체면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왔던 자체 자금조달력을 보완하는 큰 의미를 지난다. 이에 각 이커머스와 손을 잡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다른 움직임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다만 밸류에 대한 논쟁은 쿠팡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현재 쿠팡은 직매입 비중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여타 이커머스 대비 높은 7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영업적자 등을 고려하면 쿠팡의 대표 밸류 산정 지표는 PSR(주당매출액)이다. 직매입 구조상 동종업계 평균 PSR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고평가된다.

그러나 쿠팡이 직매입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자체 물류 인프라와 와우 멤버십 등 프리미엄 요소를 감안하면 큰 무리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IB관계자는 “직매입 구조상 PSR을 적용 시 고평가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로켓배송 등 차별화된 측면을 밸류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쿠팡의 현재 밸류보다는 자금조달 후 시장지배력을 강화했을 때 과거와 같은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저마진 구조가 장기화될수록 시장 양극화로 인해 쿠팡이 추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