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라크 공격 보복' 美 친이란 민병대 공습…바이든 첫 군사행동

2021-02-26 14:03
美 시리아서 친이란 민병대 공습…17명 사망 추정
미 국방부 "비례적 군사대응…'美·동맹인사' 보호"
미국, 공습 긴장고조 우려 공격 수위는 조절한 듯

15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 에르빌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으로 산산조각이 난 유리창 파편이 바닥에 흩어져있다. AFP는 이날 국제동맹군의 기지가 모인 에르빌 국제공항 부근의 민간인 거주지역에 로켓포가 최소 3발 떨어졌다고 전했다.[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에서 친(親)이란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최근 이라크의 미국 시설에서 발생한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시리아 내 미국 공습 소식을 전하며, 이번 공습이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시리아 내 공습을 확인하고 “동맹 파트너들과 협의 등 외교적 조치와 함께 비례적으로 군사 대응을 했다”면서 “이번 작전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공습 사실을 전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공습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이번 공습으로 인한 피해 규모와 사상자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AFP통신은 시리아 인권관측소(SOHR) 집계를 인용해 이날 공습으로 친이란 민병대 1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우리가 뒤쫓는 목표물에 자신이 있다. 무엇에 타격을 입혔는지 안다”며 “목표물은 (미국에 대한) 공격을 수행한 시아파 민병대와 같은 조직이 사용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습을 수행한 우리 병력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예상했듯이 그들은 매우 전문적인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한 당국자는 이번 공습이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로켓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공습은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첫 번째 군사작전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공습에 따른 긴장 고조의 위험성을 낮추고자 제한된 범위에서 공격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공습이 가장 절제된 범위에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존 커비 존 미국 국방부 대변인.[사진=AP·연합뉴스]


커비 대변인이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목표 아래 진행됐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최근 이라크 내 미국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어진 것에 따른 보복 대응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시리아 내 공습 결정은 미국의 역내 개입을 확대하려는 신호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이라크 내 미군을 보호하겠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의도에 가깝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첫 중동지역 군사행동 배경을 해석했다.
 
지난 22일 주이라크 미국 대사관이 있는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에 로켓이 떨어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15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에서도 미국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발생해 민간이 1명이 사망하고, 미국 1명과 민간인 8명이 다쳤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벌어진 로켓포 공격에 격분했다”며 “쿠르드자치정부에 진상 파악과 책임자 규명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지원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는 미국 이익에 반하는 무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공격이 지난 15일 에르빌 사태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정부가 이를 막지 않으면 외교 공관을 폐쇄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이라크 정부가 시아파 민병대 등 강경한 반미(反美) 성향의 무장 조직과 로켓포 공격을 멈추기로 합의했고, 공격이 멈추는 듯했다. 하지만 공격은 다시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워싱턴DC 국방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한편 이날 미국의 공습은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재개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미국은 이란과 핵 합의 당사국에 대화 재개를 제의했다. 하지만 이란은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부활시킨 대(對) 이란 제재를 먼저 풀어야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해야 핵 합의에 복귀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5월 트럼프 전 행정부는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그러자 이란은 이듬해 핵 합의 이행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했고, 이란 핵 합의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