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신도시요? 원도심 더 쇠퇴하겠네요"

2021-02-26 08:00
정부, 부산 대저지구에 1만8000가구 공급 발표
"안 그래도 인구 줄어드는데 수요만 분산…원도심 쇠퇴 가속화" 우려
"택지지구보다 원도심 컴팩트 개발 우선해야"

[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 원도심은 노후화로 사람들이 떠나면서 점점 슬럼화되고 있어요. 집이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교통도 안 좋은 대저지구에 신도시를 짓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가네요. 인구만 외곽으로 분산시키고 원도심은 더 쇠퇴하겠죠.” (부산 연제구 중개업소 대표)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4일 부산 대저지구에 1만8000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부산 원도심 쇠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상황과 여건이 엄연히 다른데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부산 신도시를 들고 나온 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부산 외곽에 신규택지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기존 원도심을 컴팩트하게 개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 서구 중개업소 대표는 “중구나 동구 등 부산 원도심은 굉장히 오래된 도시다”라며 “중심지인 해운대 일대는 휘황찬란하지만 그 외 지역은 사실상 다 구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항 일대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춘 원도심을 개발하는 게 먼저다”라며 “안 그래도 인구가 줄어드는데 굳이 외곽으로 인구를 더 분산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부산은 서울, 경기도 등 사람들이 몰려드는 수도권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중앙정부가 부산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저지구에 신도시를 짓는다고 하니 당분간 돈이 풀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만 생겨났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지역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빈집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부산시가 실시한 16개 구·군의 빈집 위치·상태 등 실태조사를 보면 부산지역 빈집은 총 5069가구로 실태조사를 시행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 부산진구, 남구 등 원도심 6개구에 빈집이 절반 이상(2837가구, 56%) 모여 있다는 점이다. 총면적 97.01㎢에 달하는 이들 원도심은 도시 쇠퇴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95%에 달한다. 인구 유출이 대거 일어나며 소멸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부산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북항재개발 부지와 접한 원도심권을 재창초하는 ‘도심재창조 마스터플랜’을 최근 발표했다. 북항재개발과 함께 경부선철도 지하화, 2030부산월드엑스포 등과 연계해 낙후한 원도심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예산이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얼마만큼 끌어 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동구 중개업소 대표는 “북항재개발로 원도심 부동산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뜬금없는 신도시 발표에 당황스럽다”며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항재개발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주택 문제 해결을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사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부산 외곽에 1만 가구에 달하는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게 필요한지 의문이다”라며 “외곽에 있는 택지를 개발하면 수요가 분산돼 원도심 노후화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기존 원도심을 컴팩트하게 개발하는 것이 신규택지 지정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서울과 지방의 주택여건은 다르기 때문에 해결법도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