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 인상 유력한 방위비에 담긴 함의...'反中전선 동참' 대가

2021-02-18 00:00
한·미, 1년여 공백 끝 협상 마무리지을 듯
'첫해 13% 인상·5년 다년계약' 전망 유력
연간인상률, 물가상승률 수준 합의 전망

한·미 간 제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타결이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첫해 13% 인상·5년 다년계약'으로 요약되는 협상 결과의 함의가 주목된다.

마지막 남은 쟁점으로 여겨지는 연간인상률 역시 지난 8·9차 협상 때처럼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합의될 전망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거론된 8%에 비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지난 5일 화상으로 진행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8차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간상승률, 물가상승률 수준서 합의될 듯

17일 외교가에서는 한·미 양국이 1년 이상 끌어온 11차 SMA 협상을 첫해 13% 인상하고 5년간 다년계약하는 방향으로 체결할 것으로 본다.

앞서 CNN은 방위비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이른 시일 내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보다 13% 인상하는 다년 계약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트럼프 정부 당시 한·미 양국 방위비 협상단이 합의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비토(VETO·거부)' 의사를 밝히며 엎어졌다.

이에 더해 마지막 쟁점으로 여겨지는 연간인상률의 경우 물가상승률 수준에서 합의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다만 양국은 인플레이션(물가가 지속해 상승하는 현상) 등에 대비해 연간인상률을 최대 4%로 제한할 전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첫해에 13% 인상하는 것도 사실 전례가 거의 없는 경우"라며 "그래서 연간인상률을 (8%만큼) 높게 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9년 8차 협상과 2014년 9차 협상 당시 연간상승률을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상승률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양국은 "모든 해당 연도에 적용되는 물가상승률은 4%를 초과하지 아니한다"는 협정 문구로 포함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가 이번 11차 협상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이 동맹 복원의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히 비용 문제로 동맹 가치를 크게 훼손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로서는) 상징적인 의미 차원에서도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방위비 협상의 원만한 타결로 한·미 간 무기 구매 등 이면합의 가능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박 교수는 "SMA 협상은 말 그대로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보전하는 개념"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관련 얘기가 오갈 수는 있어도 구조상 무기 구매 등에 대한 내용은 협정에 포함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워싱턴DC 국방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방부가 몇 달 내에 대중국 국방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협상 타결→"對中 견제 동참" 압박 우려도

다만 바이든 정부와의 원만한 협상 타결이 한국에 관한 대중(對中) 견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미국 입장에서는 방위비 협상 측면에서 한발 물러나는 대신 미·중 사이 놓인 한국에 한·미·일 3각 공조 회복을 통한 중국 견제 등 대가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훼손된 한·미 동맹 가치가 복원되면 될수록 미·중 전략적 경쟁 속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을 향해 반중(反中) 전선 구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CNN방송이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출연해 이민정책과 관련해 답변을 하던 중 "우리가 세계와 경쟁을 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주요 경쟁자들이 외국인 혐오적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비판했다.

나아가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우리(미국)는 인권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피력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지난 1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도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홍콩에 대한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 유린 등에 대해 근본적 우려를 강조했다.

반면 중국 역시 한국에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한국의 대미(對美) 밀착 가능성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저녁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중국은 포용적인 역내 협력과 개방을 견지할 것"이라며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