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 이슈] 변호사 자문 업무 어디까지
2021-02-13 07:00
윤갑근 재판에 쏠린 눈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윤갑근 전 대구고등검찰청장(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로비 혐의로 재판 중인 윤갑근 전 대구고등검찰청장(사법연수원19기, 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 사건에 법조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전 고검장이 알선·청탁을 이유로 구속기소 되면서 변호사 자문 계약 관련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에 따르면 윤 전 고검장은 변호사 시절인 2019년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를 중단하자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에게서 '라임 펀드를 재판매하게 우리은행 측에 요청해달라'는 취지로 청탁받으면서 같은 해 7월 2억2000만원을 받아챙겼다. 검찰은 그가 대학동문인 우리은행장과 만난 정황·압수물 등을 바탕으로 이 돈이 '알선 대가'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윤 전 고검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면서 2010년 론스타 판례를 방패로 내세웠다. 대법원은 당시 "접대나 향응, 뇌물 제공이 없는 한 변호사가 위임 취지에 따라 수행하는 적법한 청탁이나 알선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로비는 곧 뇌물·향응이라는 인식이 있다. 게다가 특가법상과 변호사법 등에선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대한 알선·청탁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를 처벌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윤 변호사 구속기소 소식은 충격이었다"며 "변호사는 합법적으로 돈을 받고 청탁·알선을 할 수 있어 사실상 로비 활동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이제는 솔직히 불법과 합법 경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사건 전모를 알 수는 없지만 자문료를 받은 뒤 자문보다는 우리은행장과 펀드 재판매 대화를 한 게 많은 비중을 차지해 문제가 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합법과 불법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자문을 했다는 근거 자료를 충분히 제시했다면 검찰이 기소를 했을까 싶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기존 로비 활동을 재점검하기도 한다.
한 변호사는 "정책·입법 등과 관련해 논리를 개발하고 담당자에게 설명하는 것도 자문 업무 일종으로 생각했는데 윤갑근 사건을 보고 놀라 업무 절차와 방식을 점검했다"며 "앞으로는 직접 담당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이해 당사자들이 담당자를 만날 때 필요한 논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