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소송 결판 D-2..."승기 쥔 LG엔솔? SK이노 주가타격 크지 않아"

2021-02-09 14:36
"수입금지 조처 가능성 제로 수렴"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선례에 비춰봤을 때 SK이노 측이 패소할 확률이 높게 점쳐지지만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수입금지' 조처까지 나아갈 가능성률이 적다는 게 이유다.

9일 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LG엔솔이 SK이노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엔솔 측이 승기를 쥐었으나, 이로 인한 타격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 주가는 지난 5일과 8일 큰 폭으로 빠졌으나 이날부터 다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들 대다수는 소송 결과가 SK이노에 악재로 다가오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도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등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엔솔이 2019년 4월 SK를 상대로 제소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낸다. 한국시간으로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11일 오전이다.

ITC가 2020년 2월 내린 조기패소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2010년 이후 재검토를 거쳐 예비결정 결과가 뒤집어진 경우는 없었다.

ITC는 2020년 2월 SK이노가 LG엔솔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판결 전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다. 조기패소 결정이 인용되면 SK이노는 더 이상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 등을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판결은 ITC 역사상 단 한 번도 뒤집힌 적이 없다. 거부권이 나온 경우도 전무하다"며 "2010년 이후 수입금지 판결이 나온 여섯 건 가운데 다섯 건이 항소했으나 판결이 뒤바뀐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수입금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흘러갈 염려가 적다고 본다. 대다수 증권사 연구원들은 이달 초 잇달아 리포트를 내고 SK이노의 투자의견을 매수(BUY), 목표주가를 최고 40만원까지 상향했다.

이달 초 SK이노의 주가는 △1일 31만6000원 △2일 31만7500원 △3일 31만6000원 △4일 31만7000원 △5일 30만4000원 △8일 28만1500원 △9일 오후 2시 5분 기준 29만1000원 등 추이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 흐름[사진 = 한국거래소]

조현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SK이노가 패소할 확률이 높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시장에서 우려하듯 SK이노가 미국사업을 접게 될 공산은 없다고 본다"고 확언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까진 기대하지 않지만 그 전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바이든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천명하고 나선 상황에서 LG엔솔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진 않다"고 했다.

바이든은 최근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관용차를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SK이노는 미국의 주요 전기차 생산업체 중 하나인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으로 현재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조현렬 연구원은 "SK이노가 2022년 초부터 배터리를 공급하려면 공급 6개월 전부터는 배터리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SK이노 주가가 큰 폭으로 빠졌던 것도 배터리 분쟁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애플카 이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일 오전 현대차·기아차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애플카 개발 협력 추진 중단 사실을 잇달아 공시했다.

조현렬 연구원은 "8일에는 애플카 기대감이 크게 빠지며 패닉셀링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는 막연히 빠졌던 주가가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와 LG엔솔 측은 판결 결과를 보고 협상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 측은 패색이 짙은 만큼 항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항소를 걸어두고 물밑 협상을 지속한다는 계산이다.

LG엔솔 측 포지션은 비교적 여유롭다. 조기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는 시나리오를 확신하고 있으며 이때 합의금 조율에 있어서도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 LG엔솔 연관주인 LG화학은 승소 기대감 등에 힘입어 몸값을 올리고 있다. 8일 전일 종가 대비 3만8000원이 빠진 99만원에 마감했으나 오후 2시 5분 현재 99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SKC 역시 SK이노와 LG엔솔 분쟁으로 타격을 입었다. SKC의 최대 고객사는 LG엔솔인데, SK이노와 LG엔솔 간 분쟁이 길어지면서 LG엔솔이 SKC와 거래를 끊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SKC는 SK그룹의 화학·소재부문 계열사로 자회사 SK넥실리스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을 제조하고 있다.

현재 SKC는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종가는 △4일 13만2000원 △5일 13만500원 △8일 12만5500원 등이었고 이날 2시 5분 기준 12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