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산가족 '화상 상봉' 개최 무산...북측 묵묵부답

2021-02-07 16:14
이인영 장관, 설 연휴 전 상봉 기대감 키웠지만 명분 부족
北김정은, 이번 주 노동당 회의 통해 첫 대미 메시지 낼 듯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산가족상봉 화상회의 추진 의지를 밝히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번 설에도 화상상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대북정책을 두고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북측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선뜻 나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로 예정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주재하는 이번 회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미 메시지를 밝힐 무대로 꼽힌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통일부가 올해 계획 중인 추진 사업들의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7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올해 북한과의 분야별 및 고위급 회담을 열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첫 과제로 이산가족상봉 화상회의가 꼽힌다. 화상상봉은 이 장관이 지난달 25일 통일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설 계기로 화상상봉이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면서 추진 여부에 기대감이 실렸다.  

통일부는 화상상봉을 고령・거동불편 이산가족의 참여가 보다 용이하고 신종 코로바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추진 가능한 실효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고령 이산가족의 안전・편의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지방 화상상봉장을 증설하는 등 준비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적십자회담 개최 등을 통해 조속한 시일내 화상상봉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통일부는 주기적으로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 측에 통화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응답은 없는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산가족상봉 화상회의를 검토 중이지만 북측의 응답과 대한적십자사와의 협의 등 선행돼야 할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남북 간 상봉 추진 사례를 비교해보면, 남북이 화상상봉 개최를 합의하더라도 통일부가 북한에 보낼 물품 전달과 상봉 대상자 인선 등 상봉 준비에 약 6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추진에 나서더라도 설 전 개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지속적으로 북측에 화상상봉을 제안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약 1만여명의 이산가족이 사망했고, 남아있는 8만여명의 이산가족도 대부분 고령으로 시간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장관이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남북관계에서 특별한 진전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크다. 

이 장관은 바이든 정부 출범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남·북·미 간 이슈로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도 재미 이산가족들의 상봉 문제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관심이 많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 자리도 최근 다시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북한인권특사가 과거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깊이 관여했던 점을 고려하면 추진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북측의 정책 기조 변화는 여전히 변수다. 북·미 간 관계는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행된 제8기 1차 전원회의를 통해 김 국무위원장은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새로운 조-미 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며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당장 시급한 선제조건으로는 오는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꼽힌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게재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이슈 몰이에 나선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구체적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은 만큼, 2차 전원회의를 통한 북측의 메시지가 향후 남북관계 진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