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들썩인 은값···게임스톱만큼 반향 못 끌어낸 이유는?

2021-02-04 16:00
8년 만에 최고치 찍고 10% 하락···제자리로 돌아온 은값
외신, 실버스퀴즈 주도자 공매도에 대항했던 레딧 지목
실버스퀴즈 두고 분열한 레딧···게임스톱 만큼 화력 못내

은값이 '역대급'으로 들썩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은값은 사흘간 15% 이상 올랐다. 지난 1일에는 온스당 29.418달러(약 3만 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까지 '실버 스퀴즈(silversqueeze)'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은값은 하루 만에 급락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실버 스퀴즈란 은을 의미하는 '실버'(silver)와 주식 용어 '숏 스퀴즈'(short squeeze)의 합성어다. 숏 스퀴즈란 주가가 오를 때 공매도 등 숏 매도 위주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숏 스퀴즈가 일어나면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급등으로 연결된다.

반면 최근 폭락을 겪은 게임스톱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92.41달러(약 10만 3000원)다. 지난 12일 종가인 19.95달러(약 2만2000원)와 비교하면 게임스톱의 주가는 아직 선방 중이다.

현지 매체들은 은값이 들썩인 이유로 미국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실버 스퀴즈(용어 대체)’를 지목했다. 반면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주가에 ‘숏 스퀴즈’를 유발했던 미국 개미들은 이번 은값 상승 주동자가 자신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외신들이 지목한 '실버 스퀴즈' 배후 레딧은 미국 개미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지난달 31일 은값 급등 소식을 전하며 “은에 대한 수요 급증은 최근 몇 주 동안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 공매도 주식을 공격한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지난 1일 “가장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은이 월요일 8년 만에 최고가로 올라섰다”며 “레딧이 부채질한 매수 열풍이 확산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베츠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내 토론방 중 하나다. 7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월스트리트베츠는 미국에서 ‘개미들의 성지’로 불린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베츠에 모여 주식 등과 관련한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

최근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들은 ‘월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고 뒤에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갚는 공매도 제도가 자본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불공평한 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헤지펀드 등 기관들이 대규모 공매도에 나선 게임스톱을 첫 목표로 지정했다. 게임스톱 주가는 1월 4일 17.25달러(약 1만9000원)에서 1월 27일 347.51달러(38만9000원)까지 20배 이상 오르며 숏 스퀴즈가 나타났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는 게임스톱 사태로 공매도 세력은 지난달 29일 기준 197억5000만 달러(약 22조원) 손실을 보았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세력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다고 자부한 월스트리트베츠에 한 이용자가 다음 목표로 은을 지목한다.

한 개인투자자는 월스트리트베츠를 통해 “은이 세계에서 가장 조작된 시장이다. 벌금을 내고 꾸준히 은 시세를 조작한다”며 '실버 스퀴즈'를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숏 스퀴즈가 될 것”이라며 “은값이 25달러(약 2만8000원)에서 1000달러로 오를 것(약 111만9200원)“이라고 말했다.

이후 실제로 은값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전날보다 2.08% 오른 은값은 29일에도 3.82% 오른 온스당 26.90(약 3만원)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에는 9.28%오른 29.40달러(약 3만30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이례적인 상승 폭을 보였다.

시장이 불안정하여지자 거래소를 운영하는 CME그룹은 곧바로 증거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2일부터 은 선물 계약을 위한 증거금이 18% 오르자 은값은 곧바로 10% 이상 하락하며 곤두박질쳤다.

미국 금융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데이비드 메든 CME 시장분석가는 “가격 변동이 극심할 때 거래소가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은값은 거래소가 제동을 걸어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 구매 말린 월스트리트베츠···'실버 스퀴즈'는 누가 주도했나?

국제 은 가격과 은 관련 기업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실버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급락한 은값을 두고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들은 실버스퀴즈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실버스퀴즈는 게임스톱과 싸우는 헤지펀드의 공격”, “은을 사지 마라. 헤지펀드의 사기다” 등의 주장을 했다. 또한 게임스톱과 은값 상승률을 직접 비교하면서 “레딧이 은으로 이동하지 않았다”거나 "은은 숏스퀴즈를 일으키기 어려워 전쟁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이용자는 “언론이 은 매수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는 게 흥미롭다”고 조롱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실버 스퀴즈 글을 주의 깊게 살펴보니 최근 며칠간 만들어진 계정이 쓴 글이 대부분”이라며 “이 사람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의심이 간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은행과 맞서서 은을 쟁취하자”, “은 ETF에 거액이 유입되고 실버스퀴즈 트윗이 늘어났다” 등의 주장을 하며 실버 스퀴즈를 독려하는 이용자 대다수는 최근 일주일 이내 가입된 계정이었다. 또한 앞서 작성된 실버 스퀴즈 주장 글 일부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들은 은값이 폭락한 이후에도 뉴욕상품거래소(COMEX)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은 가격 조작설을 주장하며 실버스퀴즈 참여를 호소했다.

미국 매체 CNN비즈니스는 “레딧 사용자가 누구인지, 시장 움직임이 온라인 주장과 일치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시장에 대한 사기, 조작 여부를 감시 중”이라고 전했다.

결국 월스트리트베츠 내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화력을 잃은 실버 스퀴즈는 게임스톱만큼 반향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은값은 1일 9.28% 급등하고 하루 만에 10.25% 폭락을 겪으며 이전 시세로 돌아왔다.

다만 은값은 언제든지 다시 반등할 수 있다. 금융 포털 인베스팅닷컴은 “은 생산 상위 10개국이 공급하는 은이 지난 5년 동안 지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전기차와 태양광 등에 대한 은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5년 동안 은 투자 수요는 점차 증가 중”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