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달러 시대 달러보험 인기]②금융시장 불안에 안전자산 '달러' 선호도 높아져

2021-01-27 08:00
전문가들 묻지마 식 보험 가입 안돼…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약 달러가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투자하는 달러보험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향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데다, 복리의 이율이 적용과 낮은 환전 수수료율 등이 인기 비결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폐의 특성상 향후 달러 가치 상승 기대감으로만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 매출(수입보험료)는 7575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업계는 지난 한 해 달러보험 수입보험료가 1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1년 치 매출(3230억원)보다 4배가량 많은 수치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달러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36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933억2000만 달러)보다 2억9000만 달러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외화예금은 작년 6월부터 3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다 9월 31억 달러가 줄었고, 이후 10월과 11월 다시 두 달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달러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달러 가치 하락이 가장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약 달러인 현재 달러보험에 가입하면 안정자산인 달러 가치가 향후 상승할 경우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06.5원에 마감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161원이던 약 두 달 전보다 60원가량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080원 안팎까지 하락했다.

달러보험은 납입하는 보험료와 보험사고 발생 시 수령하는 보험금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만큼, 달러가치가 향후 상승하면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달러보험의 판매고를 높일수록 환차익 등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또 보험료 납입시기와 보험금 수령시기의 간극이 길어 적립금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고, 이 적립금을 국내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국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달러 가치 상승 기대감 만으로만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의 특성상 초기 사업비가 비싸 장기 유지 시에만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 해지 시에는 중도해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 효과 역시 1~2년 사이에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도 지난 10월 달러보험 수요가 급증하자 소비자 경보(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당분간 향후 달러 가치 상승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보험의 특성상 달러보험으로 단기적 수익을 낼 수 없어 무리하게 보험에 가입했다가 해지할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