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하며 혼자 지내고 미래희망 없다" 은둔형 외톨이 70%가 청년
2021-01-26 16:48
광주광역시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대책 마련하기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자 친구들을 멀리한 채 집안에 박혀 스마트폰을 보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며 하루를 지낸다. 가족과 대화를 하지 않고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이다.
이들 대부분이 2~30대 청년이고 남녀 비율은 6대 4, 은둔 기간은 6개월 이상 길게는 3년이다.
상당수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간추린 것이다.
취업난이 심해지고 코로나19 여파로 외출마저 어렵게 된 현실이 반영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 10월 전국 최초로 제정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지역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10만 세대에 대해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1095명 가운데 유효 표본은 349명이다.
조사결과를 자세히 보자.
이들 ‘은둔형 외톨이’는 남성이 226명(64.8%), 여성은 123명(35.2%)이다.
나이는 20대가 44%, 30대가 27%로 청년들이 70%를 차지했다.
최종학력은 대졸 이상이 145명, 42%다.
3~4명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56.2%, 나머지는 혼자 살거나 2명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절반은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지만 가끔 근처 편의점을 들르기도 했다.
은둔생활 기간은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31%, 1년 이상 3년 미만이 25%였다. 전체의 절반 정도다.
나머지 절반은 3년 넘게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둔생활을 하게 된 것은 취업 실패(27.8%)가 가장 많고 다음이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26.6%)이었다.
평상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스마트폰이나(53.2%) PC·인터넷게임(50.2%)이었고 42%는 주로 잠을 잔다고 한다.
평소 속마음을 털어놓을 대화상대가 전혀 없다는 응답이 61%고 43%는 가족과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95.8% 절대 다수다.
PC나 휴대전화가 없으면 맘이 불안해 잠시도 지낼 수 없다는 응답이 79%에 이른다.
또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서투르다는 응답은 93%였다.
은둔형 외톨이의 가족들은 이들을 어찌 생각할까.
“가족인 외톨이 당사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응답자 84%이고 “언제까지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응답이 87%다.
“은둔생활 당사자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힘들다”는 답변이 57%였다.
또 “외톨이 가족의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26%에 이른다.
가장 많이 노력한 부분은 취업과 직업훈련을 권유한 것(44%)이고 대화를 하며 믿고 격려해 주었다(36%).
가족들은 가장 필요한 것이 상담 같은 심리적 지원이라고 답했고 다음이 경제적 지원, 진단 치료였다.
광주시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지원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사회적응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발굴할 방침이다.
또 27일 오전 광주시의회 5층 회의실에서 연구진과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용역조사 공유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면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연구가 없었다.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실태조사여서 대상자 발굴이나 설문지 작성 등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조사결과에 따른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