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야구단 매각, 비인기·장애인 스포츠 지원 위한 '빅 픽쳐'

2021-01-26 18:00
모회사 SK텔레콤 실적 호조에도···지원 역량 집중 그룹의지 반영

SK텔레콤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전격 매각한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 경영 방식이 스포츠단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려한 인기를 누리는 프로 야구단을 보유하기보다는 비인기·장애인 스포츠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최 회장 특유의 경영방침이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보유한 SK와이번스 지분 전량을 1352억원에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넘기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이 2000년 야구단을 창단한 지 21년만의 일이다.

SK와이번스는 구단주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물론 최 회장도 애정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그룹 대표 스포츠단이기도 하다. 실제 최 회장은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헹가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2019년보다 전체적인 경영환경이 악화됐으나 야구단 매각이라는 강수를 둬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야구단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오히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통신·IT 서비스 활성화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해 누적 3분기(1~3분기) 매출액 13조7841억원과 영업이익 1조231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8%와 7.97% 개선됐다. 현재 시점에서 야구단 매각을 단행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다만 재계에서는 SK그룹의 경영이념이자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 왔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스포츠단에도 적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보다 비인기·장애인 스포츠에 그룹의 지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시각이다.

SK그룹은 그동안 프로팀 없이 아마추어(실업)팀으로 운영되는 핸드볼, 펜싱, 빙상 등의 종목을 장기간 지원해왔다. 일례로 2012년 여자핸드볼팀인 SK슈가글라이더즈를, 2016년 남자핸드볼팀인 SK호크스를 창단해 유지해왔다. 대한펜싱협회와 대한핸드볼협회를 오랫동안 후원해 오기도 했다.

SK와이번스 매각 주체인 SK텔레콤도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2019년부터 인천시 장애인 사이클 선수단을 지원해 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선수단이 국내외 대회 참가 시 항공권과 숙박 등은 물론 체력 훈련 및 물리치료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실제 SK텔레콤도 SK와이번스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아마추어 스포츠 저변을 확대해 한국 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SK텔레콤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등 첨단 ICT와 결합한 미래형 스포츠 발굴과 투자 등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프로야구 인기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구단을 매각하고 비인기 아마추어 스포츠를 지원하는 것은 실익이 없는 일"이라며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 왔던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