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국민의당 서울서 역대급 지지율? 사실 아님

2021-01-25 16:0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이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서울에서 13.9%라는 역대급 지지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제 2야당으로서 상승세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해 해당 내용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 언론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지지도는 상승하는 데 반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쓰자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다. 국민의당은 “연일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는데 한 가지 여론조사만을 이용해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민심과 현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Q. 국민의당 서울 지지율이 13.9%로 ‘역대급 지지율’ 사실인가?

국민의당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서던포스트알앤씨가 조선비즈의 의뢰를 받아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6~18일 조사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다. 해당 여론조사는 △서울시장 후보 판단 기준 △여야 후보별 가상대결 △정당 지지도 등 10가지를 조사했다. 국민의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13.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32.0%, 더불어민주당이 29.6%로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문제는 ‘역대급 지지율’이라는 표현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계돼 다른 방식으로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를 단순 수치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건 정치권의 상식이다. 여론조사는 추이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5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던포스트알앤씨’가 등록한 여론조사는 해당 여론조사 하나뿐이다. 정례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추이’를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다. 때문에 ‘역대급 지지율’이란 표현은 어폐가 있다. 되레 국민의당이 ‘한 가지 여론조사만 이용해 단정적으로’ 보도자료를 낸 셈이다.

Q. 국민의당 지지율, 상승세인가 하락세인가?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르다. 주요 언론이 인용하는 정례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리얼미터,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수행 전국지표조사(NBS) 등이다. 리얼미터의 경우 ARS자동응답 방식을 택하고 있고 한국갤럽과 전국지표조사는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지난달 20일 이후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 추이를 살펴봤다.

먼저 한국갤럽의 국민의당 서울 지지율은 △1월 1주차 9% △1월 2주차 6% △1월 3주차 5%로 점차 떨어져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의 경우 △12월 4주차 7.4% △12월 5주차 4.2% △1월 1주차 8.5% △1월 2주차 7.7% △1월 3주차 8.8%로 7~8%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전국지표조사는 △12월 3주차 5% △1월 1주차 6% △1월 3주차 8%다. 적은 폭에서 상승하는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각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안 대표의 출마 이후 추이상으로 눈에 띌 만한 상승이나 하락 등의 변화는 없는 셈이다.

Q. 여론조사 기관별 ‘차이’ 왜 발생하나

여론조사 기관별로 이렇게 결과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설계와 조사방식, 유효표본 확보 방식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경우 통상 전국 성인 남녀 약 1000명을 대상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리얼미터의 경우 약 2500명을 대상으로 ARS방식으로 실시한다. 전국지표조사는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휴대전화와 집전화 비중, 조사시간대, 휴대전화번호 추출 방법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정치인들은 여론조사를 제각기 유리한 대로 해석하기 위해 전화면접조사인지, ARS 방식인지 등을 언급하기도 한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 지난달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ARS 방식은 아무래도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기계음이 나오면 끊어버린다. 양쪽의 적극적 지지층이 과다대표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선거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국민 민심이 그렇게 잘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한국갤럽이라든지 4개 회사가 공동으로 하는 그런 걸(전국지표조사) 보고 분석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당시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자, 이를 평가절하하기 위한 의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당이 ‘역대급 지지율’이라며 인용한 서던포스트알앤씨의 조사는 ARS 방식이다.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특정 지역의 결과를 놓고 추이를 단순 분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국갤럽이나 전국지표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정도다. 반면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리얼미터의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2%p 정도의 오차범위를 보인다. 여론조사 대상이 늘어날수록 오차범위는 줄어드는데, 특정 지역으로 이를 좁힐 경우 오차범위가 커진다. 추이 비교가 상대적으로 무의미해지는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