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관 또 망명설, 대북제재 탓?…정부 "확인해 줄 수 없다"

2021-01-25 14:30
김정은 집권 이후 세 번째 北 외교관 탈북 소식
류현우 前 대사대리, 자녀 위해 2019년 韓 입국
김씨일가 통치자금 관리 수장 전일춘의 사위설
"특권층도 해외가면 변심해"…北 체제붕괴 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 참가자들과 김일성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17일 조선중앙TV가 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주석단에서 참가자들을 내려다보며 엄지를 들어 올리며 치하하는 모습.[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전직 북한 외교관의 탈북 소식이 또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체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25일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류현우 전직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 2019년 9월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들어온 지 두달여 지난 시점이다.

류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후 서창식 당시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되면서 대사대리를 맡았던 인물로 전해진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외교관의 탈북 소식은 2016년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현 국민의힘 의원), 2018년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이어 세 번째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씨 일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수장으로 지낸 전일춘의 사위로 알려진 류 전 대사대리는 자식의 미래를 고려해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39호실은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곳으로 고려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알짜기업을 소유하고 미국 100달러의 위조지폐인 ‘슈퍼노트’와 마약 거래 등을 통한 외화벌이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39호실의 수장이던 전일춘은 2010년 북한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 정책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의 개인 제재명단에 추가됐고, 2017년에 교체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은 자유를 꿈꾸는 북한 외교관들의 대한민국 입국 행렬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고위급 탈북자의 망명은 너무도 당연한 역사적 진리를 웅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39호실 실장의 사위이자 외교관으로 참사직까지 올라 임시대리대사까지 했을 정도면 특권층으로 살아왔다는 것인데 그런 그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북한에서 특권층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해외에 나와 비교개념이 생기면 마음이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김정은은 북한 주민의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외교관을 포함한 해외 파견 근무자들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이다. 그러나 자유를 갈구하는 북한 주민들의 한국행을 영영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제재 강화 등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수준이 높아지며 북한 내 상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북한 송환 대신 탈출을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북한이 이를 막기 위한 감시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의 이탈이 이어질 거란 뜻으로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의 체제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로 읽힌다.

한편 정보당국인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류 전 대사대리의 국내 체류설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북자 내지는 그에 준하는 분들이 (국내에) 들어온 상황에 관해선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확인하지 않는 것이 (통일부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