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미국 제재 직격탄에 "맹목적 1등 하지마라"

2021-01-25 09:41
작년 6월 연설, 바이든 대통령 취임직후 공개
중저가폰 사업 매각…스마트카·클라우드 집중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 [사진=AP·연합뉴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이 시장에서 맹목적 1위를 추구하지 말고 수익성을 갖춘 중하위 제품 사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무역제재 속에 생존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꺼내든 것이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핵심 사업인 통신장비 분야에서 힘을 잃을 위기에 처한 뒤 클라우드와 스마트카 등 신사업에 힘을 쏟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25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작년 6월 런 회장의 미국 제재에 대응한 생존전략을 담은 연설 내용을 최근 공개했다. 런 회장은 연설을 통해 지역 사업장에 의사결정을 위임할 것, 제품라인을 단순화할 것, 이익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런 회장은 연설을 통해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의 기존 글로벌 생산 계획을 실현하기가 어려워졌으며 이는 화웨이가 자체 생산라인을 만들도록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자체생산) 능력과 전략은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의 약한 고리로, 마치 초등학생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런 회장의 연설은 트럼프 정부의 제재가 한창이던 작년 6월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년간 미국의 기업들이 화웨이 통신장비 제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했고, 대만 TSMC 등 반도체제조 공정에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전세계 기업들이 화웨이의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못하게 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주요 시장의 5G 장비 공급이 어려워졌고, 본사의 통신장비 및 최신 고성능 스마트폰 생산 및 출시 계획이 어그러졌다. 최근 화웨이는 인공지능(AI) 가속 솔루션 등 데이터센터용 IT장비 및 소프트웨어 사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카 등 신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 사업 조직을 매각했다.

화웨이는 조 바이든이 새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이틀 뒤인 지난주 금요일에 런 회장의 연설 내용을 외부에 공개했다. 런 회장의 연설 내용은 트럼프 정부의 제재로 기존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트럼프의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직 바이든 정부가 향후 화웨이에 대한 무역제재 정책을 바꿀 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정부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화웨이는 연설 당시 런 회장의 전략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런 회장은 '아무리 똑똑한 주부도 쌀 없이 밥을 지을 수는 없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며, 그에게 현재 화웨이는 "똑똑한 주부"가 아닐 뿐더러, 화웨이는 "쌀을 갖지도" 못한 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일시적인 압력에 분노하거나 우리의 세계화 전략을 포기하지 말라"면서 "(연구개발 분야에) 세계화를 수용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런 회장의 연설대로라면 화웨이는 "향후 3~5년간 보상 구조를 유지한다"는 원칙아래 정상 운영되며 인력들에게 동기부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는 화웨이의 임원 수백명이 스스로 강등을 원했다며 "이는 우리 팀의 훌륭함을 보여 준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화웨이는 매년 연구개발에 200억달러를 쓰고 있고 "그중 60%는 어둠 속에서 촛불처럼 타 버리는" 비용이다. 화웨이의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투자의 40%뿐이지만, 그는 "다른 유럽, 미국, 일본, 러시아의 선도 기업들처럼 다른 기업을 조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또 "우리의 초점을 점진적으로 상위라인에서 하위라인으로 옮겨야 한다"며 "모든 제품라인이 맹목적으로 1위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겐 항상 1등이 되기 위해 싸울만한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건전한 성장을 보장할 가치와 합리적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직접 드러냈다.

런 회장은 "처음에는 우리가 뭔가 규제준수를 잘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체 점검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2차, 3차(제재)가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제야 우리는 그들(미국)이 우리의 죽음을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하지만 생존욕구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