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앞두고 커지는 긴장감...폭력사태 재발 우려에 내셔널몰 폐쇄

2021-01-17 15:06
해당지역 관련자만 통과, 허가차량만 진입 '레드존' 설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미국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진입해 벌인 난동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허가받은 인원만 출입을 허용하는 등 경계가 삼엄해졌다.
 

[사진=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비밀경호국(SS)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부터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까지 국토안보부가 지정한 '국가특별보안행사' 구역 내 내셔널 몰 지역 대부분을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내셔널 몰은 백악관 인근 링컨기념관과 워싱턴기념관, 의사당까지 잇는 공원이다. 예년 같으면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에서 내셔널 몰까지 수십만 명의 인파가 북적인다. 그러나 올해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력 시위가 우려되는 만큼 사전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내셔널 몰과 기념공원 관리자인 제프 레인볼드는 "우리는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과거와) 다른 시기이고,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해군 기념관과 존 마셜 공원 인근 지역은 시위가 허용되긴 하지만, 사전에 허가받은 인원만 출입이 가능하다. 집회 허용 구역 인근에 언론을 위한 별도 장소도 마련되는데, 이들 역시 비밀경호국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밀경호국은 워싱턴DC 중심부에 그린존(Green Zone)과 레드존(Red Zone)을 각각 지정했다. 레드존에는 특별 허가를 받은 차량만 진입할 수 있고, 그린존에는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이 확인된 차량, 주민, 사업자만 통과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린존 지정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국의 투쟁을 상징하는 고도로 요새화된 구역과의 비교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국이 의사당 폭동 사태 재발을 막고자 치안 강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부 워싱턴 거주민은 비현실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존이란 용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의 고도 경비 지역을 의미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미국 대사관 등 공관과 관공서가 삼엄한 검문소가 있는 높은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취임식 전후 워싱턴DC와 미국 전역 50개 주에서 동시다발 폭력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중앙 및 주 정부 당국은 추가 폭력 사태 차단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워싱턴DC에는 주 방위군 2만5000명이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을 위해 동원된다. 중심가 도로는 며칠 전부터 통제가 시작됐으며, 이날부터 내셔널 몰과 의사당 주변 13개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또 국방부는 취임식을 지원할 수 있는 주 방위군 규모를 1만5000명에서 2만명으로 늘렸다.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민간도 당국의 노력에 협조하는 모양새다. 미국 항공사들은 워싱턴DC로 향하는 항공기의 총기 운송을 전면 금지했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취임식 주간에 워싱턴DC 지역 숙박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