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新보호무역시대, 3가지 키워드
2021-01-18 06:00
코로나19의 충격은 경제, 사회, 문화, 기술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다. 통상 환경도 마찬가지다. 통상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통상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변화된 환경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는 유연한 무역정책을 강구하고, 기업은 판이 다른 수출전략을 꾀해야 할 때다.
디지털 무역전쟁의 서막
무엇보다도 중대한 통상 환경의 변화는 디지털 무역환경으로의 변화다. 미국은 기술패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빼앗기 위해 끝없는 통상갈등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고 있기에 향후 유망한 기술과 산업도 달라지고 있고, 이에 미래 경제패권을 놓치지 않으려 미·중 무역전쟁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는 반중국 정서를 확산시키며 중국 경제 제재를 정당화하고 있다. 바이든 신행정부도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의 방식이 달라질 뿐 갈등의 정도가 완화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은 2020년 8월 ‘청정 네트워크 정책‘을 발표해 중국 IT기업의 부상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청정 네트워크는 중국의 통신사, 앱, 클라우드, 해저케이블, 5G 통신장비 등을 미국 통신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미국 국무부 프로그램이다. 중국도 2020년 9월 ‘글로벌 데이터안보 이니셔티브’를 제시해 본격적으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통화와 디지털세가 통상의 중대한 이슈로 부상했다.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해 통상환경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고, 세계 각국도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디지털세 도입은 디지털 무역전쟁을 가속화 할 것이다. IT기업들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에 따른 매출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통상의 중심에 선 환경
파리기후협약이 2021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를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산, 소비, 유통뿐만 아니라 통상에 이르기까지 환경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보호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 가는 선진국들이 상대적으로 환경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신흥국들에게 환경조건에 부합하는 생산방식과 제품구성을 요구할 것이다. 실제로 각국의 무역협정에 환경 관련 조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환경이 글로벌 교역조건에 중대하게 고려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배출 비용이 존재하는 국가로부터 상품이 수입될 때에 수출국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1년 2분기 중 유럽연합은 탄소 다배출산업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또한 탄소 무역장벽제도를 주요 정책으로 언급해 온 만큼 교역 상대국에게 환경규제에 대응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글, 애플, BMW 등 280여개의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어, 글로벌 밸류체인 상의 상대국 기업들에게 캠페인 참여를 압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들은 선진국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탄소배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제조기업에게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국 중심의 GVC 재편
GVC(Global Value Chain)가 자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하게 분산되어 있는 생산 네트워크를 자국화 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선순환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본격화 되었다. 특히,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글로벌 공장이 셧다운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었고, GVC의 허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중국의 쌍순환 정책(Dual Circulation)이 GVC 재편을 촉진할 전망이다. 중국이 2020년 10월 발표한 쌍순환 정책의 핵심은 기술자립도를 높여, 해외로부터 중간재 수입의존도를 완화시키는 데 있다.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자국 내에서 직접 생산하여 첨단 부품에 대한 해외 조달을 줄이기 위해 기술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칩, 산업용 로봇 등 10대 핵심 산업의 부품과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통상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통상 환경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요 어젠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디지털 무역전쟁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대응전략을 사전에 강구해 놓아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산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늘어난다거나, 중국의 보복조치가 단행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세 부과, ICT 규제, 디지털 통화 등과 같은 중장기적 대응전략도 모색해야만 한다.
둘째, 환경을 고려한 통상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주요국들의 환경규제와 수입품에 대한 환경적 요구사항들을 점검하고, 국내 기업들이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주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경변화를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셋째,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맞춤화된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 해외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이유가 기업들마다 각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력을 이유로 하는 기업들에게는 자동화 설비지원을, 까다로운 국내 규제가 원인인 기업들에게는 규제자유특구 등과 같은 제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겠다. 일괄적인 리쇼어링 지원책이 아니라, 필요를 충족시키는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리쇼어링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