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작년 이미 만연했나?'...이탈리아서 2019년 11월 감염 의심사례 확인

2021-01-12 11:45
伊 '코로나19 진상조사' 진행 중...기존 보고 4개월 전 발병 가능성
피부발진·홍역 진단 재검토서 발견...'2019년 말 만연' 가능성 커져
中공식보고 결과 뒤집어지나...'재작년 11월 첫 발견' 앞당겨질 수도

유럽 내 코로나19 최대 확산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첫 발병 사례가 2019년 11월까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고한 코로나19 첫 발병 일자 역시 향후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11일(현지시간) 라레푸블리카와 안사통신 등 이탈리아 외신은 현지 연구진이 지난 2019년 11월 당시 이탈리아 밀라노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는 환자를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진 등이 공개한 2019년 11월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의 피부 발진. 연구진은 해당 피부 조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사진=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연구진과 이탈리아 진단센터(CDI), 유럽종양학연구소(IEO) 등이 공동 진행한 해당 연구 결과는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친 후 지난 7일 '영국 피부학 저널'(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에 실렸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10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질환을 호소한 밀라노 출신의 25세 여성 환자는 밀라노 지역 내 한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팔에 붉은 발진이 일어났고 가벼운 인후염 증상을 호소했다. 당시 병원은 조직검사에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기에,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전신 홍반 루푸스' 증상으로 추정했다.

루푸스는 가임기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자가 면역질환의 일종으로 확신한 발병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면역 체계가 외부항원이 아닌 신체의 결합조직, 피부, 관절, 혈액 등 정상기관을 침범한 경우로, 발병 시 38도 이상의 고열과 피로감, 다발성 관절통과 근육통,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동반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기에, 병원 측은 면봉을 통한 검체 채취 등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감염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라파엘레 지아노티가 이끄는 밀라노대 연구진은 2019년 12월경 이탈리아에서 보고된 원인 불명의 피부병 증상 12건을 대상으로 현미경을 통한 정밀 재검토했으며, 이 과정에서 해당 사례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해당 여성의 피부 조직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했으며, 이후 해당 여성과 연락해 피부 증상이 검사 5개월 후에 사라졌고 작년 6월 실시한 항체검사 결과 해당 여성의 혈청에서 코로나19 항체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검사에서 코로나19 항체가 검출됐다는 것은 과거 코로나19에 감염했다는 의미다.

밀라노대 연구진이 과거 피부 질환자의 사례를 검토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한 것은 앞서 유럽종양학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 것이다.

지난해 유럽종양학연구소는 'RNA-FISH'(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핵산 형광 제자리 혼성화) 기술을 통해 전신증상 없이 일부 피부질환 만을 보인 코로나19 무증상 감염 환자 6명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5~10%가량에서 팔에 붉은 발진이 일어나는 등의 피부질환이 나타난다.

RNA-FISH 기술이란 분자신경생물학에서 특정 세포 내 유전자 조직의 유무를 확인하는 유전자 탐침(Gene detection) 기법의 일종이다. 검사 대상인 세포 조직에 형광물질 또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첨가한 후 세포 내 RNA나 mRNA(전령 리보핵산)의 위치를 시각화해 확인한다.

이는 유전자 등 미생물의 생존 여부와 관계 없이 검출 목표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고감도성(High-Sensitivity)이 특징이다.
 

RNA-FISH 기술 설명도.[그래픽=UT Health Science Center]

 
伊 첫 발병 사례 4개월 앞당겨져...전 세계 '코로나19 일지'도 바뀔까?

이번 연구 결과대로라면, 앞서 이탈리아 당국이 확인한 자국의 코로나19 '1번 환자'(paziente 1)가 발생한 시기는 4개월 더 앞당겨지게 된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작년 2월21일 자국의 첫 지역전파 감염자로 밀라노 인근 소도시인 코도뇨(Codogno)에 거주하는 38세 남성을 특정했다.

특히, 이탈리아 당국은 작년 대규모 코로나19 유행세로 큰 피해를 입자, 확산세 저지와 피해 대응과 함께 자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 중이다.

이를 위해 자국의 첫 보고 사례 이전인 2019년 말부터 이탈리아 내 전체 환자들의 진료 기록 검토에 착수하고 코로나19 증상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를 특정해 가고 있다.

지난달 9일 밀라노 주립대 홍역감시연구소는 2019년 12월 당시 밀라노에서 홍역 증상으로 치료받았던 한 어린이가 실제로는 홍역이 아니라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밀라노 지역에서 발생한 홍역·풍진 등 모든 피부 발진 질환 사례를 조사했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감염학 학술지인 '신종감염질환'(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했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는 2019년 12월18일 밀라노와 토리노에서 채취한 오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2020년 6월 연구의 후속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작년 11월 이탈리아 국립암연구소(INT)는 2019년 9월~2020년 3월 중 진행한 폐암 검진 연구 자원자 중 4명이 이미 2019년 10월 첫 주에 코로나19 항체를 형성했다고 발표해 같은 해 9월 중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전 세계의 코로나19 사태 일지도 새로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9년 12월31일 중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자국 내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고했고, 이에 따르면 2019년 11월17일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점 이전에도 우한시 등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 사례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공식 보고보다 최소한 1개월 전인 2019년 11월에 중국 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향후 코로나19 감염 발생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11일 WHO는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위해 국제조사팀을 오는 14일 중국 우한시에 파견할 예정이다. WHO는 앞서 작년 7월에도 관련 국제조사팀을 중국에 파견했지만, 당시 우한에 방문하지 못했다는 의심을 받는 등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셧다운 당시 이탈리아 모습.[사진=AP·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