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방역협력' 거부의사에도…文대통령 "코로나 협력 확대" 의지

2021-01-11 18:14
文대통령, 11일 신년사서 기존 평화구상 재확인
김정은 "방역협력, 비본질적 문제"…사실상 거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남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협력 등 기존의 한반도 평화 구상만 되풀이했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째 이어진 당 대회에서 핵잠수함 개발 공식화 등 국방력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또 남측을 향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근본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동맹 강화와 남북 협력을 동시에 강조하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북한이 ‘비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한 남북 방역협력 필요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 1층 중앙 로비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의무”라며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제8차 당 대회에서 핵무기 개발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당 규약 개정을 통해 국방력 강화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반도 안정을 위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시사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평화’를 언급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대화 재개를 재차 거론한 것이다.

또 북한이 ‘비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한 남북 협력과 관련해서도 “북 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이 ‘대화와 상생 협력’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태도 변화 요구에도 기존 구상만 되풀이한 셈으로 향후 남북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강경 발언에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고 판단, 상황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도 등장한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이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측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3년 전 봄날’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판단이 담긴 듯한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는 지난 9일 여상기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는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다”면서 “남북 합의를 이행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힌 바 있다.